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13
오늘 할 이야기는 돈 이야기이다.
NBA를 보다 보면 선수들의 계약, 팀의 샐러리캡 내용 등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한 경기 한 경기 보기도 바쁘고, NBA 선수들 이적 흐름 읽기도 바쁜데, 그 사이 계약은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
대답은 "글쎄다"이다.
국내 프로농구처럼 선수와 팀 간 계약에 있어 팀이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선수들의 협상 권한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마 계약에 관련된 조항들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NBA는 끊임없이 선수들이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왔고, 팀은 팀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팽팽한 줄다리기가 NBA 시장 자체를 확 키우게 되었고, 어마어마한 돈이 움직이는 매 시즌, 인기 상승에 비례하는 계약을 위해 샐러리캡 규정 등 계약상 규정들도 하나둘씩 더 생기며 더욱 복잡해져갔다.
그저 농구만 보려는 라이트한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내용이 불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NBA의 이적을 보다 보면 궁금한 사항이 꽤 많이 생길 수밖에 없고, 선수들의 이적 등과 관련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어떻게 저 슈퍼스타들이 한 팀에서 뭉칠 수 있지?
왜 약팀의 후보선수가 옛날 조던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고 있는거지?
한 선수가 팀 내에서 연봉을 저렇게 많이 받아가면 다른 선수들 줄 돈이 있나?
와, 저 신인은 저렇게 잘하는데 어리다고 돈을 조금 주는건가?
돈은 원 소속구단이 훨씬 더 준다는데 이 선수는 왜 옮기는거지? 저 팀에서는 왜 그만큼 못 주는거지?
오늘부터 다룰 내용들이 이런 궁금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NBA의 샐러리캡은 전 세계의 프로스포츠 리그 중에 가장 복잡한 규정을 가진 것으로 꼽힌다.
쉽게 말하면, 샐러리캡이란 팀 내 연봉 총액 상한선을 의미한다.
팀 내 모든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맥시멈의 금액 말이다.
NBA는 소프트 샐러리 캡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예외 조항을 두어 필요에 따라 샐러리캡을 초과하여 계약할 수 있는 유동성을 마련하고 있다. 그 예외조항들이 오늘의 메인 내용들이다.
그 전에 먼저 NBA 시즌별 샐러리캡 변동을 확인해보면, 샐러리캡이 해마다 얼마나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조던이 군림하던 1995-1996 시즌의 샐러리캡은 2300만 달러
르브론이 데뷔한 2003-2004 시즌의 샐러리캡은 4380만 달러.
커리가 데뷔한 2009-2010 시즌의 샐러리캡은 5770만 달러.
클리블랜드와 골든스테이트 간 맞대결로 NBA의 인기가 폭등하면서 2016-2017시즌에는 한 시즌만에 2000만 달러가 오른 9400만 달러에 샐러리캡이 형성되었고,
2018-2019 시즌에 드디어 대망의 1억 고지를 넘어 1억1백만 달러의 샐러리캡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번 2019-2020 시즌의 샐러리캡은 1억9백만 달러.
NBA 수입이 오름에 따라 NBA의 샐러리캡도 함께 매 시즌 상승해왔다.
중간 중간에 2016년처럼 특정 시점에서 샐러리캡이 수십 퍼센트 폭등하는 해가 있는데, 이는 NBA 수입이 폭등했다는 반증으로 보면 된다. 보통 NBA의 TV 중계권 계약 재계약 시점과 맞물리면서 TV 계약의 재계약과 함께 그 액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한다.
이 때문에 NBA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조던보다 현재 약팀의 변변찮은 후보선수가 돈을 더 많이 받는 케이스도 생겨버렸다. 슈퍼스타들이 있는 팀 같은 경우에는 슈퍼스타들에게 맥시멈 계약들을 안겨주고 나면 샐러리캡 의무액수를 채우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약팀들의 경우 샐러리캡의 의무 액수를 채우기 위해 올스타급 선수들이 아닌 주전 및 후보 선수들에게까지 큰 액수의 계약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꽤 있다. 샐러리캡이 폭등했던 2016년과 1억달러를 돌파한 작년과 올해 일부 선수들이 본인도 예상치 못한 돈벼라을 맞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리빌딩이 주인 리그의 최약팀, 즉 탱킹 팀들의 경우 올스타 레벨급 선수들이 없으면 다른 팀에게서 소위 '먹튀'선수들을 받아오면서까지 샐러리캡 의무금액을 채우기도 한다. 이 90%의 의무액수를 채우지 않으면 미달 금액을 사무국에서 몰수하여 해당 팀 선수들에게 분배하기 때문에, 어차피 '아껴서 똥 될 거' 팀의 의사결정하에 쓰는 것이 훨씬 나아진 실정이다.
NBA에는 선수들의 최소연봉 하한선을 보장해주기위해 '미니멈 계약' 제도를 두고 있는데, 연차별로 미니멈 계약 액수가 올라간다.
그러면, 월급쟁이 직장인들처럼 연차가 쌓일 때마다 일부 선수들은 미니멈을 줄 바에 안 데리고 있겠다는 심산으로 아예 방출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겠네요?
그렇지 않다.
데뷔 2년차 이후로는 NBA 사무국에서 2년차 미니멈 계약액수와의 차액을 대신 지급하기 때문이다. 팀들 입장에서 연차가 어느정도 쌓인 선수들에게 미니멈 연봉이 비싸졌다는 이유로 계약을 기피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NBA 사무국에서 특별히 조치한 바이다.
1라운드 드래프트로 입단한 30명의 선수는 '루키 스케일'이라 불리는 4년의 기간 동안 정해진 금액 내에서만 계약이 가능하다. 선수 개인 연봉의 상한선은 있지만, 샐러리캡에 루키 스케일 선수들의 계약은 포함되지 않는다. 즉, 신인들은 샐러리 캡을 넘어선 금액으로도 팀에서 추가 계약할 수 있는 예외 조항 중 하나라는 것.
작년 기준 1라운드 1픽의 첫 해 연봉은 680만 달러, 한화로 81억 2260만 원이다. 올해 더 올랐을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하다.
1995-1996 시즌의 조던이 얼마를 받았을까? 겨우 385만 달러이다. 아직 NBA 시즌에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자이언 윌리엄슨이 NBA를 제패했던 조던의 전성기보다 2배에 가까운 금액을 받고 시작하는 것이다.
로터리픽으로 불리는 상위 14명의 마지막 멤버인 14픽 선수는 241만 달러였고, 이하 16명의 선수들은 135만 달러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 정도 금액차이라면, 신인 선수들에게 몇 번째 픽으로 드래프트에 뽑히느냐는 단순 자존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수들은 2년의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2년이 지난 뒤에는 1+1 계약으로도 체결할 수 있다. 1+1계약은 대략적인 2년치 계약을 잡지만, 1년이 지난 뒤 그 해의 성적으로 유동적인 조정이 가능한 계약이다. 총 루키스케일 4년을 다 채우면 RFA (Restricted Free Agent), 제한적 FA의 자격을 얻게 된다.
자유계약선수(Free Agent, FA) 에게 제한이라면 "원소속팀이 가려는 사람의 발목을 붙잡는 경우"가 아닐까.
님아 가지마오! 라고 외치는 원소속팀에게 매몰차게 뿌리치고 갈 수 있는 것이 비제한적 FA이고, 마음대로 못 벗어나는 것이 제한적 FA이다.
어떤 방식으로 팀에서 RFA 선수들을 묶어두는지를 루키스케일 선수를 예로 확인해보자.
루키스케일 4년이 지나고 RFA 자격을 얻은 선수에게 구단은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 QO)라는 1년짜리 담보금액을 걸어둔다. 그 QO 액수는 역시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 결정되고 하한선과 상한선이 이전 계약사항과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 정해져 있다. 맥시멈 QO도 제시할 수 있는데, 맥시멈 QO는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을 5년 단위로 매년 받는 금액이 상승하는 조건의 계약으로, 기타 옵션이나 보너스가 들어가지 않는 완전보장계약이어야 한다. RFA 1년차에는 MLE(Mid-Level Exception) 금액을 넘어설 수 없다.
MLE(Mid-Level Exception)란, 샐러리캡을 초과한 구단이 정해진 상한선 내에서 FA와 계약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복수의 선수와의 계약에 나누어 사용할 수도 있다는 특징이 있다. Full MLE, Room MLE 등 세부종류별 금액 차이가 있다.
이 QO가 무슨 상관이냐 하면, 선수가 구단이 제시한 QO 관련 계약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시 선수는 RFA 자격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된다. 단, 선수가 시장에서 다른 구단으로부터 계약을 제의받지 못하면, 원 소속팀에서 최초 QO를 걸어둔 연봉으로 1년 계약을 맺고 원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니다. 만약 RFA로 풀린 선수에게 타 구단으로부터 2년 이상+Full MLE이하의 오퍼가 왔을 시, 선택권은 선수가 아닌 원 소속구단에게 다시 넘어간다. 혹여 타 팀을 너무 가고 싶었던 선수라면,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
만약 타 구단에서 제시한 오퍼를 원 소속구단이 매치(match), 즉 같은 계약조건과 금액에 합의한다면, 타 구단의 계약 조건으로 원 소속구단이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선수는 무조건적으로 원 구단에 남아야 한다. 즉, 타 구단에서 RFA 선수가 탐난다면, 원 구단이 매치하지 못할 정도의 매력적인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선수와 팀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고, 이를 NBA 사무국에서 중재하면서, NBA의 인기 상승에 따라 금액 기준도 점점 올리며 시장 제반 상황을 반영하다보니 이렇듯 NBA 내 계약 규정이 골치 아프다.
아직 수많은 예외 조항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프로스포츠 중에서 NFL과 함께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NBA이고, 스폰서십부터 각 구단까지 수많은 비즈니스들이 움직이고 있는 곳이니만큼 이 복잡한 관계와 규정들을 이해한다면, 선수들의 흐름을 읽는 데에 더욱 수월해질 것이고, NBA의 재미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예외 조항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보려 한다.
그나저나, 2000년생 자이언 윌리엄슨이 80억이 넘는 연봉을 받아간다니,
정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