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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Sep 16. 2019

잘하면 더 챙겨주고, 최소한의 도의는 지키는게 인지상정

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14

어제에 이어 돈 이야기이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돈 이야기는 너무 흥미로운 법이다.


지난 번에 신인 위주의 계약 이야기를 했다면, 오늘은 그 이후의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원칙이 있고 예외가 있다면, 예외가 왜 생기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향후의 이해에 더 도움이 되는 법.

NBA 계약에서 샐러리캡과 UFA, RFA 등 선수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자유계약 규정, 이런 기초적인 상황이 있는데도 예외 규정들이 왜 생기는 것일까?


예외 규정을 적용하고 싶을 만큼 팀에서 거액의 돈을 투자해 붙잡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 결국 사람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데릭 로즈 룰, 케빈 듀란트 룰, 래리 버드 익셉션 룰이 있다.


먼저 데릭로즈 룰 Derrick Rose Rule.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람, 바로 데릭 로즈이다.

2008년 전체 1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입단해 조던 이후 처음으로 시카고에 또 한 번의 영광의 시간을 안겨다 주었던 위대한 영건이었다. 압도적으로 빠른 스피드, 아크로바틱한 트랜지션과 뛰어난 마무리 능력, 가공할 만한 운동능력, 그렇게 로즈는 2008년 데뷔한 후로 수많은 '가드 꿈나무'들에게 '로즈 병'을 선사하며 가드가 얼마나 멋있게 농구를 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해보이고 NBA 최고 자리에 올랐었다. 데뷔한지 2년밖에 안된 2010-2011 시즌, 팀을 무려 시즌 62승 20패의 성적으로 이끌며 전성기 궤도를 달리던 르브론 제임스를 꺾고 NBA 역사상 최연소 정규시즌 MVP의 자리에 올랐다.


그 당시에는 전성기도 채 오지 않은 저 어린 선수가 어떻게 전성기를 달리기 시작한 르브론을 꺾고 MVP를 타냐며, 로즈의 미래에 두근두근했던 NBA 팬들이 전세계적으로 넘쳤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게 로즈의 최대 전성기였을 줄. 2012년 플레이오프에서 ACL (왼쪽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고 그 다음 시즌을 통으로 날려버린다. 그 뒤로 멋지게 컴백했지만, Injury Prone, 소위 유리몸이 되어 매 시즌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며 불행의 아이콘으로 전락해버렸다.

로즈가 부상당한 부위. 끔찍하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로즈의 험난한 농구 커리어가 전부 설명된다.

저렇게 많은 신체부위에 부상을 입었던 로즈, 저번 시즌 미네소타에서 50득점 경기까지 펼칠 정도로 회춘하여 이번에는 디트로이트에서 블레이크 그리핀과 함께 새 시즌을 준비 중인데, 예전에 르브론과 라이벌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로즈를 미워했던 필자도 지금은 그가 잘하기를 가슴 깊이 응원하고 있다.

로즈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정작 할 이야기를 못하고 있었다.

다시 시계를 '로즈가 찬란했던' 2010년 초반으로 돌려본다. 시카고는 루키계약이 끝난 로즈에게 맥스 계약을 안겨주며 로즈를 붙잡음과 동시에 그에게 어필하고 싶어했다. NBA 역사상 최연소 MVP까지 탔던 그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리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NBA 규정 상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계약액수인 맥시멈 샐러리 (이하 맥스, Max)는 6년차까지 샐러리캡의 25%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로즈와 같은 특이케이스를 위해 일명 Rose Rule을 만들어 루키 스케일 4년간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한 선수에게는 25%가 아닌, 샐러리캡의 30%의 금액으로 최대 5년의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NBA 맥시멈 샐러리
0 ~ 6년차 : 샐러리 캡의 25% (2019-20시즌 기준 2730만 달러)
7 ~ 9년차 : 샐러리 캡의 30% (2019-20시즌 기준 3270만 달러)
10+ 년차 : 샐러리 캡의 35% (2019-20시즌 기준 3820만 달러)

사실상 7~9년차에 적용되는 맥스 샐러리를 일찍 적용시켜주는 셈이다. 이런 규정이 맘대로 생겨도 되는 것이냐 하고 묻는다면, 로즈와 같은 예외 케이스가 적용된 선수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데릭 로즈룰이 적용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은

1) All NBA 팀 선정

2) Defensive Player of the Year 선정

3) MVP 선정


이라는 어마무시한 조건. 그랬기에 이제까지 적용된 사례가 4명 밖에 되지 않았다. 

데릭 로즈, 블레이크 그리핀, 폴 조지, 칼 앤써니 타운스.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릭로즈와 비슷하게 특출난 선수를 위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예외 규정이 있다.

바로 케빈 듀란트 룰 혹은 슈퍼 맥스룰. 

정식 명칭은 Designated Veteran Player Extension (DVPE)이다.


데릭로즈 룰과 조건이 같은데, 7년차 혹은 8년차 FA 선수가 

1) All NBA 팀 선정

2) Defensive Player of the Year 선정

3) MVP 선정

의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할 시 샐러리캡의 30%가 아닌 35%의 금액으로 최대 5년의 계약을 할 수 있는 규정이다. 단 이 규정에는 단서조항으로 케빈듀란트 룰이 적용된 선수는 1년간 트레이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케빈 듀란트 룰, 혹은 슈퍼 맥스 룰 역시 이제까지 적용된 선수가 4명 뿐이었다.

스테판 커리, 존 월, 제임스 하든, 러셀 웨스트브룩. 현대농구의 가드 괴물 4인방이다.


2017-2018 시즌 도중에 앤써니 데이비스도 슈퍼 맥스 계약을 제안받았으나, 데이비스는 뉴올리언스를 너무도 탈출하고 싶었던 나머지 슈퍼맥스 계약을 거절한 유일한 선수로 남게 되었다.

뭔가 이상하다, 케빈 듀란트 룰인데 케빈 듀란트가 없다니? 

사실 케빈 듀란트 룰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 케빈 듀란트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구단과의 논의 과정에서 생기게 된 것일 뿐, 케빈 듀란트가 최초로 이 계약을 체결해서는 아니다.


대부분 맥스 계약은 팀의 에이스, 즉 팀의 코어를 담당하는 선수들에게 안겨지게 된다.

샐러리캡의 25%~35%를 한 선수가 가져간다는 것은 사실 팀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투자이기 때문에, 웬만큼 잘하는 에이스 선수가 아니고서야 맥스 계약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 대신 팀에 크게 기여한 선수들, 오래 기여한 선수들을 위해 만든 규정이 있으니, 바로 래리 버드 예외규정(Larry Bird Exception)이다.


한 팀에서 3년 이상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들에게 적용되는 예외 조항으로, 재계약 시 샐러리 캡 한도를 넘어가도 계약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내용이다. 루키스케일의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고, 방출되지 않아야 하며, 트레이드되었을 때는 유지된다. 래리버드 조항이 마치 옵션처럼 선수와 함께 움직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사 조항으로 얼리 버드 예외 규정(Early Bird Exception)과 논-버드 예외 규정(Non-Bird Exception)도 있는데, 조금 완화된 예외규정으로 생각하면 된다.

얼리 버드 익셉션은 2년간 같은 팀에서 뛰었을 시, 논-버드 익셉션은 1년 이상 같은 팀에서 뛰었을 시 행사할 수 있으며, 얼리버드는 최소 2년간 계약을 해야 하고 그 전해 연봉의 175%와 리그 평균연봉의 105% 중 더 큰 금액까지 인상하여 계약이 가능하다. 논-버드 예외규정은 전해 연봉의 120%와 최소 연봉의 120% 중 더 큰 금액에 계약이 가능한데, 버드 룰이나 얼리 버드 익셉션이 적용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대형 계약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는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선수와 팀이 계약을 할 때 여러가지 옵션들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선수와 구단 측이 각각의 이해관계를 더 실현시키기 위해 줄다리기 하는 과정에서 생긴 옵션들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플레이어 옵션과 팀 옵션이 있다. 플레이어 옵션(PO)는 마지막 해 1년의 계약 연장에 대해 선수가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고, 팀 옵션(TO)은 반대로 팀이 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NBA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을 할 때 단순히 액수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수많은 권리와 옵션들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선수들을 위해 구단 측의 일방적인 트레이드를 방지하는 규정도 있다.


트레이드 거부권과 트레이드 키커 조항.

트레이드 거부권은 말 그대로 선수가 구단의 일방적인 트레이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고, 8년차 이상의 선수가 한 구단에서 4년 이상 뛰었을 시 요청 가능하다. 연수 조건만 맞춘다고 다 얻어지는 것은 아니고, 계약 과정에서 선수가 팀에 크게 기여한 바가 있다고 인정될 때 주어지는 까다로운 조항이다.

트레이드 키커 조항은 트레이드는 가능하지만, 일방적인 트레이드를 당할 시 게약과정에서 정해진 퍼센티지에 따라 연봉을 인상시키는 조항이다. 이 역시 구단측이 마음대로 선수를 트레이드 매물로 넣지 못하도록 만든 조항이다.


수많은 예외 규정과 수많은 옵션이 서로 부딪히고 묶이며 NBA 선수들의 계약이 이루어진다.

괜히 미국 프로스포츠의 에이전트들이 법조계 최고 에이스들로 투입되는 것이 아니다.

이 복잡한 규정들을 다 이해하고 고객인 선수들에게 최고의 계약을 안겨다 주기 위해 에이전트들은 노력하고, 선수들은 구단에 기여하고 헌신한 만큼 구단으로부터 계약 과정에서 그만큼의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문득, 글을 쓰면서 NBA 선수들이 참 부러웠던 점이 있었다.
샐러리캡 변화에 따른 높은 리그평균 연봉 인상률? 슈퍼 맥스 계약? 아니다.

NBA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방출과 트레이드, 즉 해고로부터 '선수'를 보호해주는 트레이드 거부권과 트레이드 키커 조항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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