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017년 NBA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바로 메인 유니폼 스폰서십의 변화일 것이다.
이제까지 아디다스에서 유니폼, 즉 NBA 져지들을 제작 및 제공했었는데, 2017년부터 나이키로 변하게 되었다.
혹자는 "아디다스나 나이키나 어차피 같은 져지 아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년간 NBA를 봐온 팬들에게는 한동안 져지가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신선한 변화였다.
나이키와 NBA는 2016년 8년짜리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2017년부터 나이키로 져지 스폰서십이 바뀜에 따라 NBA져지에도 스폰서의 표기가 가능해졌다.
그 말인 즉슨, 이전에도 NBA를 봐왔던 시청자들은 알겠지만 이전에는 스폰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구 아디다스 NBA져지
현 나이키 NBA져지
디자인상 제일 큰 변화라면 U넥이 V넥으로 바뀐 것?
필자도 처음에는 나이키의 디자인이 적응이 안되었고 아디다스 디자인이 익숙했기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금 다시 묻는다면 나이키 디자인이 훨씬 이쁘게 느껴진다.
인간의 눈이란...
디자인상의 변화, 팀별 스폰서 표기 외에도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기존의 아디다스 져지 구분은 세 가지였다.
홈 Home / 어웨이 Away / 얼터너티브 Alternative
하지만 나이키에서는 일단 홈, 어웨이, 얼터너티브가 각각
Association, Icon, Statement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추가적으로 대망의 City Edition Jersey가 생겼다.
씨티 에디션 져지. 바로 오늘 메인으로 다룰 내용이다.
시티 에디션, 말 그대로 연고지 도시를 대표하는 유니폼이다.
각 도시의 특성, 역사, 상징을 유니폼에 반영한 특별 에디션 져지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아디다스 시절에도 올드 레트로 에디션의 져지들이 나오긴 했었다. 과거 70년대~90년대의 져지 디자인을 되살린 유니폼들, 그런 올드 에디션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나이키에서 강하게 내밀게 된 것이 바로 이 시티 에디션 져지, 이 시티 에디션은 홈 어웨이에 관계없이 시티 에디션을 입는 날에 맞춰서 유니폼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티 에디션의 디자인은 전적으로 나이키에서 한 것.
일부 조금 이상하거나 무슨 의도인지 가늠이 잘 안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팀마다 굉장히 특색이 짙고 눈에 확 들어오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무엇보다 예쁘다!
가장 깔끔하게 예쁜 디자인으로는
보스턴 셀틱스와 마이애미 히트를 꼽고 싶다.
보스턴은 구 보스턴 왕조 시절, 밥쿠지와 빌 러셀의 1950년~1960년대, 그리고 셀틱스의 상징 래리 버드의 1980년대 시절 선수들이 착용하던 웜업져지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흰색과 초록색의 깔끔한 배합에 옆구리 부분 금색 포인트를 넣은 것이 가장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져지 디자인이었다.
마이애미는 유명 드라마 Miami Vice의 색배합을 가져왔다.
현지에서는 여성 팬들에게 마이애미 져지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네온 스타일의 핑크색과 하늘색 포인트가 마이애미 특유의 바캉스스러움을 연상케하는 듯 하다.
가장 시티 에디션에 맞게 멋진 디자인을 선물받은 팀은 어떤 팀일까?
필자의 생각은 브루클린 넷츠이다.
작년의 디안젤로 러셀을 중심으로 한 엄청난 선전, 그리고 올해 최고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의 영입이 있긴 했지만 브루클린의 NBA 내 역사는 안 짚는 것이 낫다.
구 뉴저지 넷츠에서 브루클린 넷츠로 연고지가 옮겨진 후 긴 암흑기로 있던 팬들마저 다 떠나가버리게 했었던 브루클린이었다. 영입해온 슈퍼스타는 노화가 와서 기대만큼의 실력에 전혀 못 미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구단주는 완전히 손해보는 장사만 골라 하며 미래 자원인 드래프트 픽들을 지키기도 못하고, 그런 팀이 작년부터 에너제틱한 공격 팀으로 겨우 인기를 되찾았고, 올해는 슈퍼스타의 팀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 팀 상황을 더욱 빛내줄 시티 에디션 져지가 작년에 출시되었었다. 힙합에 관심 많은 사람은 바로 눈치챘겠지만 알록달록한 테두리 배색은 브루클린 출신으로 미 동부 힙합의 전설이 된 Notorious B.I.G의 패션에서 따온 것이다.
져지를 자세히 보면 두 가지 문구가 생겨져 있는데,
하나는 BED-STUY로 베드포드 스타이버선트라는 Notorious B.I.G가 자라온 주거지 이름이다.
두번째는 Spread Love, Brooklyn Way라는 Notorious B.I.G의 트랙 [Juicy]의 가사 중 한 구절이다.
미 동부 힙합의 시작점이자 상징인 브루클린, 그 중심의 Notorious B.I.G를 기념하는 시티 에디션 디자인이다.
멋을 중시하고 패션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는 NBA 문화, 더 넓게는 농구 문화에 좋은 예시가 되어줄 져지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도시의 상징을 반영한 비슷한 컨셉으로 뉴올리언스와 미네소타의 져지도 있다.
뉴올리언스의 유니폼은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지역축제인 마디 그라(Mardi Gras)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마디 그라는 프랑스어로 '기름진 화요일'이라는 뜻인데, 바로 카톨릭에서 사순절이 시작하기 바로 전날을 의미한다.
사순절은 원래 카톨릭에서 예수의 고행과 죽음의 시기를 기리는 기간으로 '재의수요일'부터 40일 동안 단식하는 절기였다. 과거 프랑스인들은 음식을 상당히 중시 여기는 문화를 가졌기에, "그렇다면 사순절 전 화요일에 40일치 다 먹어보자!" 라며 마디 그라를 만들었고, 뉴올리언스는 원래 프랑스령이었기에 마디 그라를 축제로 이어오게 되었다.
이 시기에 뉴올리언스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퍼레이드와 악세사리들을 색으로 디자인하여 유니폼에 반영한 것이다.
유니폼 하단의 Laissez les Bons Temps Rouler라는 문구 역시 프랑스어로 좋은 시간을 갖자는 마디그라의 상징 문구라고 한다.
미네소타의 유니폼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보라색의 향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과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엄청난 팬이었던 전설적인 락 밴드 그룹, 프린스 Prince의 대표곡 [Purple Rain]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제목부터 Purple, 당시 프린스의 무대의상도 Purple, 그래서 미네소타의 시티 에디션 디자인은 쨍한 보라색이 되었다.
시티 에디션 져지 디자인에 도시의 역사적 사건이 반영된 팀도 있다.
그 주인공은 멤피스.
1968년 한 공장에서 흑인 노동자들이 기계오작동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에 멤피스 시 당국의 사고 처리방식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대대적으로 시위를 펼쳤다.
그 때 시위에 사용된 피켓의 디자인이 멤피스의 흰-검 단색 유니폼 디자인의 모태이다. 져지를 보면 팀 표기에 EMPHI에만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시위에서 사용된 문구인 'I Am A Man' 문구에서 따온 글자 디자인이라고 한다.1968 Memphis Sanition and Protest 사건을 기린 의미있는 디자인이다.
도시의 특성을 색과 디자인으로 신선하게 표출한 케이스도 있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덴버, 클리블랜드, 토론토, 골든스테이트
덴버는 도시 전체가 해발1600미터에 달하는 고지대에 있음을 디자인으로 표현하였고, 클리블랜드의 져지는 도시를 대표하는 노을진 하늘과 오대호 중 하나인 오하이오의 이리호를 색깔로 표현한 것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명소인 베이 브릿지와 미국 최대 차이나타운이 샌프란시스코에 있음을 나타낸 져지 디자인이고 토론토의 North는 NBA 유일 캐나다 팀임을 표현함과 동시에 'WE THE NORTH'라는 팀 슬로건을 더욱 가시적으로 디자인화 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밖의 다른 팀들도 각각의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 인물, 역사적 사건, 명소, 특성 등에 따라서 나이키가 시티 에디션 져지를 디자인하였다. 앞서 말한대로 시티 에디션 져지를 모든 팀이 착용하고 경기를 펼치는 날을 NBA에서 정해 놓으니 그 날에는 이 져지에 주목해보는 것도 NBA를 색다르게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 본다.
뿐만 아니라 흔한 유니폼 대신 색다른 져지를 패션의 일환으로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시티 에디션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