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삶을 붙잡아 주는 손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가족은 서로를 대신 살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공동체이다."


① 가족의 의미를 다시 보다

가족은 피를 나눈 존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의 삶을 기꺼이 떠받쳐 주는 느린 뿌리이다. 지난 해 11월 블로그 친구의 「여섯 아이와 우당탕탕 하루하루」라는 글을 읽었다. 한 집 안에서 여섯 아이가 각자의 기질과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풍경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가족은 단순히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을 견디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작은 공동체였다.


② 외동아들을 키운 아버지의 자리

나는 외동아들 하나를 키워왔다. 현직 시절 언제 울릴지 모르는 출동 신호 앞에서 늘 긴장 속에 살았다. 가족과 마주하는 시간은 늘 부족했고 불완전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한 것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등불이 되어 주는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③ 여섯 아이가 보여준 또 다른 가족의 풍경

블로그 친구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천진하게 달려드는 아이도, 조용히 자기 세계를 지키는 아이도 있었다. 여섯 아이는 모두 달랐지만, 그 다름을 품은 채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육아가 아니라 존재를 인정하는 사랑의 훈련이었다. 가족은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는 공간이었다.


④ 기다림으로 배운 가족의 방식

외동아이를 키운 나에게는 형제 사이의 풍경 대신 대화와 기다림이 필요했다. 아이의 침묵 앞에서 조급해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가족은 닮아가게 만드는 힘이 아니라 함께 걷게 만드는 인내였다. 모습은 달라도, 서로를 지탱하며 내일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같았다.


⑤ 부모가 남겨야 할 가장 큰 유산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살아내는 태도를 보고 자란다. 그래서 가족에게는 앞서 걷는 어른이 필요하다. 대학원 면접 날 아들을 역까지 데려다주며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는 사실을. 가족은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다. 그 손을 놓지 않을 때, 가족이라는 이름은 완성된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가족은 완벽해서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지는 공동체이다. 아이에게 가장 큰 가르침은 말이 아니라 살아내는 모습이다.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 어른이 가족을 지킨다.


<이웃의 공감 댓글>

어제는 제자 기말시험 대비로 체력과 시간이 모두 소진된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잠들기 전 독서 시간이 가장 꿀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비교적 여유가 있어 주 작가님 글을 읽으러 왔더니 우리 가족의 우당탕탕한 이야기여서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어제도 등교하다가 넘어진 셋째의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는데, 여러 채도의 색깔을 보라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신기해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아이만 있으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주 작가님의 아드님에 대한 글을 읽고 대화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훈훈하게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우리 가족 여덟 명의 인생 이야기, 여덟 개의 스토리가 한 지붕 아래에서 펼쳐지니 매일이 우당탕탕한 하루입니다.


<작가의 답글>

이웃님의 제자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신 하루의 끝에서 책 한 장을 펼치던 그 시간이 얼마나 달콤했을지 느껴집니다. 셋째의 보라빛 멍조차 호기심과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가족의 온기가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여덟 분이 함께 살아가는 집이라면 우당탕탕함 또한 삶의 리듬이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 소중한 소란 속에서 더 깊은 사랑과 더 많은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응원드립니다.


<작가노트>

한 블로그 친구의 글을 읽고 오래 멈춰 섰다. 외동아들을 키우며 느꼈던 미안함과 배움이 동시에 떠올랐다. 가족을 다시 정의해 보고 싶었다. 이 글은 아버지로서 나 자신에게 보내는 기록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5화한 사람에게 닿는 마음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