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차와 콩다방...그리고 각성

by 정 은 작가

콩 차와 콩 다방... 그리고 각성


커피 맛도 모르던 내가 인생을 살면서 커피 맛을 아는 것처럼 지내왔다.

특히나 콩다방 커피를 마시는 날이면, 커피 맛에 일가견이 있는 것 마냥 포스팅도 했다.

커피 맛을 아는 것처럼 구는 내 모습이 마치 인생을 아는 것처럼 지낸 지난날의 내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콩차를 좋아한다고 하니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또 다른 콩 차를 선물 받았다.

처음 보는 콩 차다.

작두콩을 볶아 만든 작두콩 차(茶)란다.

커피도 콩을 볶아 만든 차인데, 왜 그리 커피콩에만 집착을 했는지...

처음 알게 된 콩 차를 시음해 보았다.

둥글레 차 보다 깊은 구수함이 있고, 떫은 맛이 없는 순한 기운의 차였다.

사실 내가 커피를 좋아함은 색 때문이기도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시커먼 색!

이미 나는 커피와의 관계 속에서 믿음이 있었기에 속을 알 수 없는 시커먼 색인데도

커피를 마셨다. 그래서인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차는 왠지 거부감이 느껴졌다.

저 맑음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맑다고 한 이들 가운데, 그 누구보다 독한 기운이 많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 본 탓일까?

빛을 좋아하면서도 어둠을 쫓는 이상한 사람들의 심리.

차라리 처음부터 검다고 말해주는 커피를 그래서 좋아했던 것 같다. 커피 맛도 모르는 내가

실은 하루의 각성을 위해 커피를 찾았던 것도 있다.

즉 강함으로 포장했으나 여린 내가 커피를 좋아함은 커피의 강한 기운 때문이었다.

콩차, 콩다방도 커피 중 가장 세다고 생각해서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선물 받은 작두콩차에 마음을 줄까 말까하며 티백에 뜨거운 물을 부어보았다. 둥글레차나 메밀차 정도의 빛깔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작두콩차도 색이 옅은 블랙커피와 같았다. 투명하지 않으니 반감이 덜 생겼다. 차의 빛깔이 적당히 검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각성을 위한 기운을 내게 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각성보다는 혀 끝에 단 맛이 느껴졌고, 목 안을 편안하게 하며 구수한 향으로 내 마음을 달래 주었다. 뇌의 각성이 아니라 마음의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차였다.

강한 것에는 강한 것이 진리요, 답이라고 여겼는데, 커피와 달리 작두콩차는 강해 보이나 순하게 내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나른한 봄날 오후 작두콩차의 맛, 색, 향에 취해 깊은 사색도 하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각성은 없을 듯하다.

새로운 콩차를 나만의 콩다방에 놓고 자주 마시다 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내 삶의 태도도 각성되지 않을까? 사색하는 나만의 콩다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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