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집어 든 시집에서
작가의 인생관이 전환되었구나 했다.
세상천지 누구보다 잘 난 그 시인은
세상 천치임을 울부짖음 없이 간절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그간 그의 문장들은
날카로웠고, 박학다식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는 것을 표현하는데
극도의 조심스러움을 보인다.
드디어 벼가 익어 고개를 떨군 순간인가?
늘 그의 지식 창고는 내가 갖고 싶은
지식의 보물 창고였다.
그의 잘남으로 인한 예리함이
늘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의 고백이
더 빛나 보인다.
누구에게나 있는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 제로 점에서 그는 벼랑 끝이라 고백했다.
날게 하소서. 절대자의 주권 아래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각기 알맞은 날개를 달라는
시인의 간절함이 어느 순간 내 기도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