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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은 작가 Aug 16. 2016

불감 놀이예요.

불감으로 감흥이 없던 내게 불감놀이를 알려준 이

유성우가 쏟아진다고 하던 날!

방학이기도 해서 아이들과 조카를 데리고  탄도항을 찾아갔습니다.

자정 즈음 유성우 쇼가 펼쳐질 거라는 기사를 읽었지만, 별 보기에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저녁 10시부터

돗자리를 펴고 밤하늘을 보며 누웠어요.

처음에는 많은 별들이 신기한지 아이들도 호기심에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유성우를 기다리기에 점차 지쳐가고 있어지요.

우리 아이들이나 조카뿐만 아니라, 옆 돗자리 아이들도 조금씩 칭얼대기 시작을 하더군요.

그러자 어른 중 누군가가 바닷가에서 폭죽을 터트리더라고요.

일순간 유성우를 보러 온 아이들은

"와~"하고 함성을 질렀어요. 어른들도 그제야 아이들 불만이 좀 잠잠해지겠다고 안도할 때쯤

38개월 조카가 제가 말하더라고요.

"이모, 불감 놀이예요."

말문이 막 틔이기 시작한 조카는 마치 <어휘력 창고 대방출>하듯 아이가 아는 모든 단어들을 내뱉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불꽃놀이란다. 따라 해 볼래? 불꽃놀이!"

라고 새 단어를 알려줬어요.

그런데 이 38개월짜리 조카가 하는 말이

"이모, 하늘이 까매요. 까만 종이고요, 불감이 소리 내며 뿌려졌어요."

그 순간 제가 얼마나 소름 끼치도록 감탄했는지 몰라요.

굉장히 시적인 표현을 38개월짜리, 4세 조카가 말한 거라서요.

저는 상상도 못 하였던 표현을...

아직 어휘력의 한계가 없으니 불(火)과 물감(染)을 조합하여 "불감"이라는 단어로 깜깜한 밤하늘을

색칠하는 불감이라고 하는지!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불감(不感)으로는 생각해내지도 못할 4살 조카의 "불감:불(火)과 물감(染)"이라는 표현에 저도 좋은 엄마가 되고자 기계적으로 탄도항으로 운전을 한 불감의 마음을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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