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일은
교통사고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 주변인들을 질서 정연하게
정리해놓았다.
내 방을 정리하듯
늘 있어야 하는 곳에 물건이 없을 때 오는
실망과 짜증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제 자리에 정리를 해두려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을....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이 싫어
주변인들도 모두 제 자리에 두었다.
나만의 관계 계산법으로 거리를 측정하였고,
나만의 관계 측량법으로 관계의 깊이를 정리하였다.
그런데 내가 정리 정돈하고 앉힌 그 자리에
그는 없었다.
그는 내 관계 계산과 측량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와 나와의 감정의 교류로 그 자리에 있기도, 앉기도 하며
멀리 가 있기도 했다.
내가 정리할수록 그들은,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정리하면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 사랑도
실망만 커지고,
다시금 예측할 수 없는 모든 현상 앞에 나는 한낱 작은
미물로 그냥 오롯이 다 받아들여야 한다.
사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