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에이 Nov 05. 2019

47. 쥐똥나무, 치동천 수비대

치동천 산책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작은 나무들이 쥐똥나무였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한여름을 지나올 때, 그리고 가을의 문턱에서 이 녀석들이 잘려 나가는 걸 가장 많이 목격했었다. 산책로 주변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제초당하던 아이들이다. 잘려나간 가지와 잎사귀들이 무덤처럼 더미지어 쌓이고, 풀비린내가 산책로를 점령하던 때가 아직 선명하다. 그럼에도 이름을 몰랐구나.

그때까지만해도 작은 가지와 잎사귀만 무성하던 아이들이었다. 오늘 아침 산책을 하다 작은 가지에 까만 열매가 달린 걸 발견했다. 열매의 모양이 쥐똥모양이라 쥐똥나무라고 한단다. 이름을 좀 더 근사하게 지어주고 싶다. 이 아이들의 희생덕분에 그 너머 깊숙히 자라는 아이들은 그나마 살아남으니, 치동천 수비대는 어떨까.

꽃말이...강인한 마음이라니!
아고, 울컥한다.

겨울동안엔 잘려나가는 일이 없을거다. 잠시지만 평안을 누리길, 우리 수비대.

매거진의 이전글 46. 모과나무, 선입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