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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에이 Sep 26. 2019

7. 치마버섯, 무섭다

중앙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멀리 보이는 벚꽃나무에 하얗게 꽃이 핀 것 같았다.

이 가을에 벚꽃이 폈나?

이 가을, 그것도 몸통에 꽃이 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까이 가서 확인했다.
꽃이 아니라 하얗고 작은 버섯 모양이었다.
옆에 선 다른 나무에도 하얗고 작은 버섯이 아주 조금씩 있었다. 보고 있으려니 조금 징그러웠다.
나무는 괜찮은 걸까? 혹시 고목이 된 건 아닐까?
왕성하게 번지고 있는 하얀 버섯을 보니 불안했다.

모야모에 물었는데...
처음 받아보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마 곧 답을 주실 겁니다.'
오잉? 이건 어려운가 보다.

고목이 된 게 아니기만을 바라며 집으로 좀 더 걸어왔다. 아파트 후문 쪽 벚꽃나무도 뭔가 좀 이상했다.


뜨악!
이건 또 뭐지?
나무껍질이 벗겨지면서 그 사이사이에 버섯이 자라고 있었고 뿌리에서부터 갈라진 틈 사이로는 새로운 나뭇가지가 원래의 몸통을 갈라놓고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고목이 된 거 같은데. 어쩐담.
119를 불러야 하나.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어 뒤돌아서 집으로 들어왔다.
1시간쯤 지나 알람이 울렸다.

'치마버섯'

고목이나 살아있는 나무에 기생하는 버섯이란다.
그런데 나무를 분해하는 부후성 버섯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나무껍질에서 기생하던 버섯이 숙주를 서서히 분해해서 죽이는 건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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