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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에이 Oct 02. 2019

13. 미국 쑥부쟁이, 태풍 속 축제 중

아침에 달리다가 본 아이다.
키가 큰데 머리 쪽으로만 가지가 뻗어있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심하게 흔들린다. 멀리서 보면 꼭 파도타기 하는 것 같았는데 달릴 땐 핸드폰이 없어서 찍지를 못했다. 저녁 준비를 하려다 생각나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오후가 되면서 태풍의 영향권에 더 깊숙이 들어갔는지 빗줄기도 굵어지고 바람도 강해졌다. 저녁 준비하다 말고 비바람을 뚫고 꽃 사진을 찍으러 가는 내 모습이 참 어색했다.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바람에 마구마구 헤드뱅잉 하는 이 아이의 사진을 찍다 보니 내 등과 팔은 금세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살다, 살다 별 걸 다 해본다.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사진이 필요했는데...
미국 쑥부쟁이란다!

쑥부쟁이는 다른 분들이 자주 인증한 아인데? 왜 몰라봤지?
다른 분들이 올린 사진은 꽃이 활짝 핀 사진이었는데 내가 본 모습은 아직 꽃잎이 활짝 피지 않고 뾰족한 상태였다. 조금만 달라져도 알아볼 수가 없다니...

어렵사리 사진을 찍고 잠시 서서 바라봤다.
손바닥을 쫙 펼친 채로 헤드뱅잉 하는 쑥부쟁이들.
태풍 속 그들만의 축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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