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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03. 2023

07. 필살기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행복편지를 시작할 때 나는 이런 이야기를 썼었다. 행복이 뭔지도 모르면서 행복에 대해 쓴다고 떠벌리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행복을 전하겠다고 했느냐 하면, 빌려 올 거라서 그렇습니다. 빌리기도 하고 때로 돌려주지 않고 제가 가질 것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실은 이 사람에게서 가장 많은 행복을 빌려왔고, 심지어 몇 년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늘 다르다. 자신이 더 많이 가져왔다고 하고, 자신에게는 없는 게 나에게 있다고 한다. 내가 봤을 때 내게 있지만 그에게 없는 건 욕심이나 이기적인 마음뿐인데. 


어지간한 일에는 귀찮다고 하지 않는 사람. 잘 될지 망할 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면 얻어지는 게 있으므로 언제나 해보는 것을 권하는 사람. 기왕이면 크게 넘어지는 일에 큰 응원을 보내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더러 “어린이가 되었다고 생각해. 넌 뭐든 해볼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 때로 나를 자기 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 사람. 어린 시절의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함께해주는 사람. 


그는 나와 캐치볼을 하며, 텐트를 치며, 낚시를 하며, 같이 그림을 그리며 이렇게 말해 주었다. 합창단이 하고 싶었다는 내 말에도 이렇게 답했다. 


“어린 시절의 네가 이걸 해봤으면 진짜 좋아했을 것 같아.”


내가 행복을 가장 많이 빚진 사람. 

돌려줄 것이 많아 걱정되기도 하는 사람. 


그는 나의 좋은 동료이자 좋은 친구, 

아주 애정하는 사람. 나의 배우자다. 


만약 나에게 누군가 시집 잘 가서 호강한다고 하면 나는 아무 말 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말하는 호강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건 아니건 나는 아니라고 하지않는다. 내가 더 많은 일을 겪고, 더 자주 넘어져 보길 바라며, 내가 언제고 툭툭 털고 일어나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을 믿어주는 사람과 사는 일. 나는 그 이상의 호강은 잘 모른다. 


외부로부터 속수무책의 공격이 날아와 괴로운 며칠이었다.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도무지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내 행복의 필살기를 꺼낸다. 내일 행복편지는 어떤 내용이냐고 물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며, 동시에 나의 성장과 행복을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하는 사람과 살고 있다는 사실. 그게 나의 행복이다. 



2022년 8월 3일 수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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