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라도 델리키트 아치는 가봐야 한다.
2018년도 9월에 유타주를 간다. 목적은 무조건 국립공원이다. 왜 유타였는지는 한 권의 책을 읽고 결정을 하게 되었다.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 라는 중앙일보에서 낸 책에는 하필 유타에 있는 국립공원이 소개가 되었다. 그 시점, 28살의 나는 하필 전년도에 다녀온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에 대한 감흥이 잊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엔 무조건 유타로 간다 결정하게 되었다. 웃긴 일이다. 왜 하필 이 책에는 유타 특유의 사진이 담겨서 내가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이 책의 저자분들은 꼭 나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유타로 가는 직항이 없어 늘 그렇듯,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타 솔트레이크시티로 가는 델타항공을 탄다. 그곳에선 평일이었기 때문에 비행기 내부는 북적대지 않았다. 아, 드디어 관광지에서 벗어나 유타 로컬로 향한다는 설렘에 그 한두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솔렉시티공항에 내려 보이는 뷰와 크게 걸려 있는 델리키트 아치 그림. 공항은 늘 설레는 곳이다. 차를 렌트하고 유타 시내를 본 뒤 그다음 날 모압으로 향한다.
아치스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고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간다. 2018년도에 다녀온 국립공원에는 애뉴얼패스를 이용했다.
이때 기억 덕분일까. 붉은색 암석만큼 멋진 것은 없다 느껴진다. 내 아이폰에 있는 사진의 반은 이런류의 사진들인데, 내 친구들은 너는 왜 여행을 다녀오면 돌덩어리 사진밖에 없느냐며..
로드트립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도로 한가운데서 차가 서버리면 그 순간에 여행도 서버리게 된다는 것. 그만큼 차량 문제가 중요하다. 언제는 단순히 도로를 운전하다 너무 멋있는 스팟을 발견하곤 잠시 쉴 겸 한쪽에 안전하게 풀오버를 했는데 지나가던 차주가 내려 혹시 문제가 있느냐고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봤었다. 그들의 친절함에 감사하기도 했고 차에 문제가 생기면 인터넷도 안 터지는 이 오지에 답도 없겠다 생각했다. 일주일 동안 잘 달려준 고마운 마쯔다6.
아치스 국립공원을 돌아본다. 이런 조각상을 자연은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깎아낸 듯 서 있는 바위와 깔끔히 잘 포장된 도로의 언밸런스가 이상하게 좋다.
멀리 보이는 아치들. 아치스국립공원에는 이삼천 개 정도의 아치가 있는데 그 아치들은 부러질 때까지의 수명이 있다고 한다. 그중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아치들은 수십 년~수백 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어디에서 본 것 같다. 내가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 아치들이 무너지기 전에 가야 한다. 저 멀리서도 존재감 확실한 더블아치.
밸런스드락앞에서 들고 찍은 지도에는 랜드스케이프 아치가 있다. 언밸런스 그 자체.
델리키트 아치는 트레일로 입구부터 1시간 30분 이상 올라가야 한다. 바위와 풀을 헤쳐서 가진 않고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한낮 땡볕과 그 땡볕을 피할 수 없는 나무가 없어 힘들다 느껴진다. 그 결과 얼굴과 팔이 그을리는 아웃풋이 발생한다. 그럴지라도 꼭 가야 한다. 유타의 차 라이센스 플레이트 모델인 델리키트 아치다.
델리키트 아치에 거의 도착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도착했다. 트레일로 옆에는 낭떠러지가 있다. 이 낭떠러지를 이겨내야만 델리키트가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델리키트 아치를 마주한다. 탄성을 마주하는 장면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상상하던 그 아치가 아니었다. 어느 다큐에서 봤는데, 지극히 사견일지라도 사람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탄성 하기 위해 산다고 한다.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이 날 공기와 그 주변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분위기, 바람까지도 기억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유타의 상징이 될 수 있구나.
매년 미국국립공원 방문자 수 랭킹이 집계되는데 그레이트스모키, 옐로스톤, 그 길목에 있는 그랜드티턴, 그랜드캐니언 등이 상위를 차지한다. 어떻게 아치스가 Top 10에 없는지 믿기지 않는다. (접근성이 방문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내 기준 Top5 순위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중 여전히 나에게는 원탑은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다시 한번 가보게 된다면 그때는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