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그 자체의 황량함.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탐행크스가 I think I will go home now.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2018년도, 그 장소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서부터 포레스트검프를 보면서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었다. 아치스국립공원, 캐년랜즈국립공원을 방문한 그다음 날 191번 도로를 따라 3,4시간 내려온다. 유타 특유의 붉은색 바위를 질리도록 보며 여긴 지구가 아니다. 를 무한 반복했었다.
아는 선배가 너는 미국에서 사면 어디서 살래 몇 번을 물어봤었다. 나는 여전히 유타라고 답한다.
멕시칸 햇도 보이고, 저 멀리 모뉴먼트밸리 같은 지형을 발견하고는 드디어 안심했다. 제대로 찾아오긴 했구나. 도로변엔 나바호 인디언 부족이 판매하는 악세사리도 있어 기념으로 하나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금만 더 달리면 이 곳이 그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다라는 본능적인 확신에 드는 구간이 있고 그 도로에서 이미 수많은 포레스트들이 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뻥 뚫린 도로, 양 옆 도로에는 천연 조각상들이 있는데 잊히지 않는 드라이브 길이다. 사진의 장점은 정말 이럴 때 빛난다. 보고 있으면 찍었을 때의 그때의 시공간이 지나간다는 점.
비포장된 Monument valley Rd를 서행하며 모뉴먼트밸리 구석구석을 본다.
이런 생각은 진부하고 나 혼자만 진심인 것이 웃기지만, 어떤 일이 있었으면 이런 조각상이 만들어졌을까.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바람을 맞고 깎이고 무너지고 뭉쳐야 만들어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수 억년의 시간 그 날것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소름 끼친다.
끝없는 황량함이 너무 멋지다.
지나가다 나바호 부족이 판매하는 Frybread를 사 먹는다. 그 옆에 스웨덴에서 온 방문객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우리 가족이 스웨덴에 놀러 오게 되면 꼭 본인의 집에 오라며 명함을 주셨었다. 그 명함은 이제 없지만 낯선 곳에서 모르는 사람과 친밀해지는 그 기분은 나쁘지 않다.
모뉴먼트밸리의 유명한 호텔, the view hotel에서 하룻밤 자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sunrise, sunset이 그렇게 명품이라며 각종 블로그에 올라오는데 언젠가 꼭 하룻밤 숙박에 성공하고 싶다. 위치상으로는 애리조나와 유타 경계에 위치한 유타 북부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국립공원에 속하지 않지만, 유타를 방문했다면 방문을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미국 서부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