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tter Jan 05. 2022

Death Valley National Park

미국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

2019년도 9월에 다녀온 데스밸리.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처음 사진으로 보고 데스밸리에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렇게 6개월을 넘게 기다려 기나긴 비행, 끝이 없는 운전 후에 도착하게 되었다. 2019년도  겨울에 티켓팅을 하고, 언제 여름을 맞아 9월이 되는 거냐며 줄곧 한탄을 했었다. 얼마나 가고 싶었냐면  기간 동안에 인터넷에 이미 올라와 있는 수많은 자브리스키 사진을 보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겪는 현상, 가지 않고도 이미 갔다   같은 착각(?)  정도로.


LA에 들어와 팜스프링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을 거쳐 데스밸리로 향해 드디어 데스밸리에 왔다. 내가 진짜 왔다니. 온다 온다 했는데 정말 이루어지다니.

이름에 무려 Death가 붙는다. 죽음의 계곡이라고. 금을 캐러 들어가, 나오다가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목숨을 잃었다는 그 국립공원, 미국에서 한 여름에는 가장 더운 곳으로 악명이 높아 방문하지 말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그곳, 물 없이는 자동차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곳, 상시 주유 필요 여부를 확인하라는 곳, 미국에서 본토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이곳 데스밸리. 이 묘사를 단번에 이해하게 되었다. 자브리스키 스팟 주차장에 도착 후, 언덕을 2,3분 정도 걸어 올라가는 동안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언덕만 올라가면 상상 속 그 자브리스키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자브리스키를 마주했을 때는,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델리키트 아치를 마주한 그 기분과 매우 유사했다.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어떤 사진도 자브리스키를 담을 수 없었고 내가 예상한 자브리스키는 없었다. 대자연은 늘 나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움을 준다.

  녘에 도착했기 때문에 근처 아미고사 밸리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그다음 , 황량한 사막이 쳐진다. 밤새 선물을 받고 잤는데 그걸 모르고 잤나 보다. 언제나 뜻밖의 선물이  기쁜 .

지구가 아닌 것 같은 황량함이다. 데스밸리는 이동거리가 긴 데다 사고 시 답도 없다.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안전한 운전이 되길, 동물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안전하게(?) 나타나 주길 바란다.

오전에 데스밸리로 향하는 그 길, 대자연이 열어주는 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즐겁다.

난 Visitor center를 참 좋아한다. 여행 출발 전 잔뜩 기대에 부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국립공원의 역사를 볼 수 있고 가장 중요한 페이버 지도도 받을 수 있다. 페이퍼 지도를 받고 출발하는 순간, 진정한 여정이 시작되는 기분이라서 그런가.

스팟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 조금씩 걷는다. 골든캐니언이었다. 이상하게 덥지 않네? 그 순간, 정수리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땀이었다. 여간해서는 땀을 잘 흘리지 않는데 덥긴 더웠다 보다. 인디애나 존스 한 장면이지 싶다.

배드워터를 가는 길, 악마의 골프코스 데빌스 골프코스를 잠시 들린다. 너무 울퉁불퉁해서 악마만이 골프를 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들었다. 끝없는 이곳도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배드워터, 미국에서 가장 지대가 낮다는 이곳, 들어가는 입구에 Extream heat danger 경고가 있다. 무려 오전 10시 이후에 걷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오전 10시가 약간 지났을 무렵인데도 모자 없이 이동하는 것이 힘들 정도다.

바닥엔 소금이 있어 뽀드득뽀드득 소리도 나고 평탄한 지형이다. 배드워터라는 명칭은 골드러시 때, 이곳에 물에 차 있을 때 한 모금 먹었다가 너무 짜서 bad water라고 했다는 얘기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정말 짠가 싶어서 혀에 살짝 맛을 봤는데 정말 짜다. bad water.. 수평선 끝까지 보이는 뷰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아티스트팔레트, 왜 아티스트 팔레트 인지는 설명 안 해도 그 이름에서 가늠이 될 것 같다. 컬러가 파스텔톤, 붉은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자브리스키에 누가 색깔을 칠해놓았을까.

Artist palette drive 코스가 있다. 비교적 좁지만, 좁은 사이를 통과하는 운전이란, 탐험 따윈 해본 적 없는 나를 탐험가로 만들어준다. 잊지 못할 경험이다

중간에 사막 여우도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KEEP WILDLIFE WILD라는 표지가 있고 이렇게 더운 날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메마른 땅 그 자체이다.

드디어, 우베히베 크레이터로 향한다. 우베히베 분화구는 데스밸리 중에서도 북쪽에 위치해 있다. 아티스트 팔레트와는 60마일 정도 떨어져 있고  1시간 반 운전해서 도착한 곳이다. 요세미티로 올라가는 도로와 많이 떨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가진 않은 것 같은데, 사실 우베히베 분화구는 내가 데스밸리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가는 길은 주유소도, 음식점도 없지만 (있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다행히 비지터 센터에서 산 작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이동했다. 우베히베 분화구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었고, 어? 여긴가? 하는 순간 다시 선물 같은 우베히베 크레이터를 발견한다. 한눈에 담기지 않는 규모, 웅장함, 세다 못해 나를 쳐버리는 바람. 1시간 반이 아니라 10시간 반이 걸리더라도 갈만한 가치가 있다. 어떤 폭발이 있었길래 이런 분화구가 만들어진 것일까.

우베히베 분화구를 떠나, 요세미티로 나가기 전 메스퀴트 플랫 샌듄을 들린다. 콜로라도에서도 화이트 샌듄을 가보지 못해 샌듄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는데, 양말을 벗고 걷는 경험은 발이 뜨겁다 못해 타는 진귀한 경험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데스밸리는 참 신기한 곳이다. 어디는 바닥에 돌이 붙어 있고, 소금이 있고, 분화구가 있는데 또 거대 모래사막이 있다는 사실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데스밸리는 사막 그 자체이다. 건조하고 물기가 없다. 게다가 너무 덥기 때문에 일반 국립공원이라면 겨울에는 방문을 컨트롤하지만 이곳은 겨울이 가장 둘러보기 좋다고 한다. 형용할 수 없는, 크다는 말도 모자란, 어떻게 나이스하게 표현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아직은 가본 곳보다 갈 곳이 훨씬 많지만 가본 몇 안 되는 국립공원 중 King of King 임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다. 아 참, 비지터 센터에서 사온 텀블러도 아주 잘 썼다. 나중에 꼭 한번 다시 방문할 것 같다.

맘모스 레이크,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국립공원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