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 이후의 여행
이탈리아는 코로나 시국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현지 뉴스에서는 2023년 이탈리아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곧 최대치를 찍을 예정이라고 한다.
2021년 코로나 시국 보다 2023년 캐나다에서 이탈리아로 입국하는 절차는 사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코로나 이전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여권 (솅겐 지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보다 최소 3개월 이상 유효해야 한다)
비행 티켓
여행 가방 및 여분의 짐
소정의 현금 및 카드 (비자/마스터카드 가능), 그리고 핸드폰 유심칩
떠나기 전에 미리 2-Step Verification (2단계 인증) 핸드폰 번호 바꿔놓기
이탈리아로 입국하는 이유 (여행, 비즈니스, 학업 등등)
90일 이상 장기 체류 할 경우, 비자 스티커와 비자 신청 시 제출했던 서류들 복사본 지참 필수
(공항에서 입국 심사할 때보다는 이탈리아에서 체류 시 문서 제출에 필요하다)
코로나 증상이 없다는 가정 하에 코로나 관련 문서들은 (Passenger Locator Form, 코로나 음성 확인서, 백신 접종 확인서) 일절 제출 하지 않음
이 글은 다음과 같이 일부 특수한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제일 도움이 될 만한 정보이다.
캐나다 시민권자
밴쿠버(캐나다) 출국 -> 프랑크푸르트(독일) 경유 -> 나폴리(이탈리아) 도착 편도 티켓 구입한 자
워킹홀리데이 목적으로 2023-2024년 이탈리아에 1년 동안 살 예정인 자
이탈리아 코로나 제한은 이미 2022년 6월 1일부터 해제됐지만, 여전히 자연재해나 기타 특수한 상황 때문에 언제든 국경 상황이 급변할 수 있으니 여행 전에 항상 체크하는 게 좋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경유하는 나라도 꼭 체크하자!
2023년 5월 8일 기준으로 나폴리 축구 이벤트 및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의 홍수가 났으나, 그 외 일방적인 보안 예방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적혀있다.
캐나다 목적지별 여행 조언 및 주의보 검색하려면: https://travel.gc.ca/travelling/advisories
90일 이내의 무비자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2021년 이탈리아 여행 가는 방법의 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jjessicacho/5
이번에 입국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21년 나는 캐나다에서 영국을 경유해서 이탈리아 로마로 도착했었다. 영국은 유럽 연합에 속해있지 않으므로, 나는 로마에 도착했을 때야 비로소 입국 심사를 봤었다.
당시에 도장 찍혔던 내 여권을 보면,
비솅겐 국가(영국)에서 도착하는 경우, 도착 시 국경 관리원이 여권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것은 존재 선언(the declaration of presence)과 동일하다. 따라서 나는 당시에 이탈리아에 도착 후 현지 경찰서에서 체류 신고를 하지 않았다.
내 여권의 도장에는 날짜만 적혀 있을 뿐 장소가 거의 안 찍힌 것처럼 안 나와서 진짜 괜찮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행히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3달 동안 나폴리와 로마에서 지낼 때 단 한 번도 현지 경찰이 불시 검문 한 적이 없었으며, 로마에서 출국할 때도 입국 심사관이 90일 이내에 출국하는지 날짜를 정확히 셌을 뿐, 기타 다른 언급은 딱히 없었다.
캐나다에서 독일로 경유해서 나폴리로 왔을 때는 상황이 좀 다르다. 방문, 비즈니스, 관광 또는 학업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90일 미만을 보낼 계획이라면 거주 허가(Permesso di Soggiorno)는 신청할 필요가 없다. 단, 해당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8일 이내에 지역 경찰서(questura)에서 존재 신고서(dichiarazione di presenza)를 제출해야 한다. 왜?
내 여권을 예로 들자면,
솅겐 국가 (독일)에서 입국 심사를 봤기 때문에 2023년 5월 3일 프랑크프루트에 입국했다는 도장이 찍혀있다. 합법적으로 이탈리아에 입국했으나, 여권 상으로는 내가 아직 프랑크프루트에 체류해 있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도 2021년 당시에 현저히 적었던 관광객들로 인한 치안 발생보다 코로나로 인한 사건 사고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경찰이 백신 접종 확인 여부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2023년.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코로나 경보 해제를 했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이탈리아에서는 곧 여름을 맞아 역사상 최대 성수기를 맞이하는데, 한편 어두운 이면에서는 관광객들로 인한 문제로 골치를 좀 썩는 중이다. 뉴스를 틀면 항상 나오는 헤드라인이 '관광객이 늦은 시간에 고성방가를 했다, ' '관광객들이 우리 소중한 이탈리아 문화유산들을 부수고 도망갔다, ' '관광객들이 우리 시민들을 희롱한다, ' '불법 체류자들이 넘쳐 난다' 등등 온갖 만행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폴리에 올 쯤에는 마침 마라도나 이후 33년 만에 세리에 A 우승하던 날이라서 중앙역에 경찰이 쫙 깔렸었는데, 나도 지나가다 여권 보여 달라고 불심 검문을 받았었다. 그런 날은 경찰이 '누구 하나만 걸려봐라..' 각을 재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여행객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 특히 우리 아시안들은 유럽에서 더 눈에 잘 띄는데... 그런 상황에 본인이 여권에 문제가 있고, 체류 신고 서류가 없다...? 음...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담당 경찰관이 위와 비슷한 양식을 주며 당신의 정보를 쓰라고 할 것이다. (참고로 이탈리아의 모든 공식 문서에는 항상 대문자로 써야 한다.) 그동안 경찰은 당신의 여권을 가져가서 복사를 한 뒤, 사는 곳의 문서도 복사해야 되니 보여 달라고 한다. 원칙상 단기 거주 숙박 서류는 없으니만 못하다. 예를 들어 비자는 1년인데 에어비엔비는 일주일 숙박하는 영수증을 보여 준다던가 하는 상황 말이다. 웬만하면 체류 기간과 비슷한 숙박 계약서/영수증을 소지하는 게 더 이롭다.
한편으로, 90일 이상 장기 체류 할 예정인 자는 도착 후 8일 이내에 거주 허가(Permesso di Soggiorno)를 받아야 한다. 소죠르노는 이탈리아 입국 후 가장 먼저 통과해야 되는 서류인데, 여기서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서 다음 글에 더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캐나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솅겐 지역 설명서: https://travel.gc.ca/travelling/schengen-area
캐나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이탈리아 출입국 요건 사항: https://travel.gc.ca/destinations/italy
존재 선언에 대한 설명서: http://www.poliziadistato.it/articolo/10618
덧붙여,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2023년 11월이나 2024년쯤부터 이탈리아도 ETIAS 실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확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체류 신고(dichiarazione di presenza)를 대신해서 더 간단하게 온라인으로 해결하려고 도입한 제도인 듯하다.
https://www.etias.info/schengen-countries/etias-italy/
내가 비행 할때마다 헷갈려서 하는 실수들을 적어봤다.
1) 공항에서 항상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여권을 보여주는 일이다. 커버가 껴있으면 항상 벗겨서 오리지널 여권만 제출하자.
2) 유럽 비행을 예약할 때는 절대로 6개월 이상 미리 예약하지 않는다. 일찍 예매하던 늦게 예매하던 가격이 같을뿐더러 (아주 조금 오를 가능성은 있음) 유럽 항공사는 항상 비행 취소나 딜레이가 빈번하기 때문에 혹여나 좌석을 미리 사뒀거나 수화물 돈 내고 더 추가했으면 환불도 못 받고 그냥 날아간다. (환불 담당 부서가 있긴 한데 전화해도 몇 시간 이상 기다려야 되어서 하다 하다 지쳐서 포기했다.)
3) 혼자 비행하는 거면 아예 가격을 확 올려서 비즈니스를 타거나 아무도 선호 하지 않는 중앙 복도 쪽으로 예약하는 게 낫다. 웃돈 얹어주고 몇 개월 전부터 미리 예약했던 이코노미 프리미엄 자리인데, 자기들이 늦게 예약해서 따로따로 앉아놓고 마치 버스에서 노약자 자석 양보해 달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당연하게 바꿔달라 물어보는 인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10시간 이상 비행에 창가 쪽 자리 앉으면 백퍼 후회 할 것이다. 비행 내내 창문 내리고 있어야 되고, 애들이 보통 창가 쪽 선호하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계속 의자를 차는 것을 감내해야 되며, 무엇보다 화장실 가는 게 정말 불편하기 때문이다.
4) 독일 공항에서 입국 심문할 때 내 담당 입국 심사관은 본인 친구랑 통화하느라 아무 질문 없이 그냥 도장 찍어주고 가라고 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혹시 모르니까 여행 목적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다른 사람들 보니 대충 "왜 왔니, 어디서 지낼 거니?" 정도 물어본 것 같다.
이처럼 코로나 시국 이후의 이탈리아 입국은 땅 짚고 헤엄치는 만큼 아주 쉽다.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 떠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