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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Nov 10. 2019

이직

직장인이면 한 번쯤 이직을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곳을 찾게 되는 그곳 말이다. 월급이 많거나, 적성맞거나, 사내 음식 맛이 좋거나, 집에서 가깝거나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나 또한 보편적인 이유로 이직을 한 바 있었다.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은 고작 교통비 수준이었다. 50만 원 밖에 못 받던 인턴. 그로부터 현재까지 이직을 두 번 했었다. 첫 직장을 옮기게 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적성이나 업무 가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때는 워낙 남는 것도 없고 불안정한 자리였기에 조금 더 월급이 많은 곳이 좋았다. 그래서 첫 이직을 했지만, 공장 같은 두 번째 직장은 행복하지 않았다. 업무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한 동료도 그저 그랬다. 나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배워야 했고, 퇴근하면 술을 마셔야 했다. 반복적인 일상과 술자리에서 나는 서서히 돈벌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돈을 좇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일에 대한 가치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하루하루, 그런 생각을 채우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이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직 준비를 했다. 결국, 현재 두 번째 이직 한 곳에서, 17년이란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세 번째 직장은 내게 돈과 일의 가치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 또한 전부가 아니었다. 전문성이 필요했다. 전문가로 인정받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공부가 필요했다. 누가 하라고 등 떠밀지도 않았지만, 꼭 그래야 한다고 누군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소리쳤다. 먼지 가득한 전공책을 꺼내 보고 또 봤다. 더 깊은 울림은 학생 논문을 지도하면서 커졌다. 부족함을 느끼고 학생보다 더 공부하게 된 셈이다. 결정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개인 성향 한 몫했. 결국, 입사부터 꾸준히 책을 본 대가는 3년제 전문대 졸업생에서 영광스러운 박사 학위 소유였다.


이게 끝인가? 정년까지 이게 끝은 아니겠지? 이직할 그때가 언젠가 꼭 오겠지만, 그렇다고 자주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거울을 보니 시간과 경력만 쌓인 게 아니라 주름살도 쌓인 것 같다. 현재를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안주하며 살기는 싫다. 이직을 애써 모르는 척할 수 없다. 요새는 평생직장이 없어졌다고 하지 않는가.


최근, 교수 임용 지원서를 써봤다. 아마도 남보다 간절하지 못해, 이직은 힘들 것 같다. 자격 부족하다. 누군가의 눈에, 지금 내 모습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원 과정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열심히 달려야 한다깨닫는 중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라는 출처 없는 문장이 머릿속에 맴돈다.


[illustrated by 김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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