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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Dec 04. 2019

생각할 여유를 주소서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이 다가왔다. 이 시기에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송년회, 모임, 술, 겨울, 나이, 크리스마스, 새해 등

나이와 성별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눈에 띄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연말이면 모임이 많다. 그래도 다행이다. 평소에 술 마시는 횟수에 비하면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연말이면 왜 술자리가 부담될까? 내가 정하지 않은 모임과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압박감 때문일지 모른다. 행여 금전적 부담도 덜하다. 단체모임이라 내 호주머니에 빠져나갈 술값은 많지 않지 않다. 그런데 왜 몸과 마음이 지칠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럴까.


요즘 같은 시기, 술자리가 너무 즐겁고 재밌다. 이야깃거리는 한 트럭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이다. 몸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기 일수인, 이 마음이 정말 문제다. 확실히 몸이 지치니 마음도 지치나 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 생각 없이,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앉고 지냈다. 술이 문제인지, 추운 겨울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연말 분위기가 문제인지, 내 머릿속은 알쏭달쏭하다. 요새 새벽 아침은 갈수록 냉기가 느껴진다. 따뜻한 이불속은 평온하다. 나오기가 싫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렇게 어기적거리며 끝나는가.


어떤 흔적을 남겼고, 무엇을 만족했을까? 의례 생각나는 물음표에는 불행하게도 정답이 없다.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다. 갑작스레 생긴 모임과 술에 또다시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술에 지쳐버린 몸과 뒤숭숭한 마음이 차가운 바람에 휘청거리는 것 같다.


나는 터벅터벅 걷는다. 보기만 해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밟고 있다. 휘청거리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이제부터 할 일을 생각하고 싶다. 시원한 냉수를 먹어야겠다. 생각할 여유를 찾는 연말이 되길 기도해 본다.


제발 저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시옵소서


    

# 메인 사진 <캘리 그래퍼 김영록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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