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직장에 쌓여있는 짐을 정리했다.
칫솔과 치약만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는 힘들었다.
지나가던 동료가 물어본다. “퇴직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내심 그렇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행여 이직도 아니다.
그냥 묵은 때를 벗기고 싶었다.
남은 건 몇 권의 책과 메모장.
조만간 이것도 없어질 것이다.
짐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까지 내 짐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했다.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 있는 듯해서다.
텅 빈자리가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첫 출근하는 마음과 같아진다.
내 컴퓨터가 버벅거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초기화했다.
이제 내 마음이 버벅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