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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Feb 01. 2020

들러리

내 옆에는 친구들이 나란히 서 있다.

덩치 작은 녀석 하나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 얼룩말! 너 말이야 너. 뭐 하나 물어보자. 우리 여기서 뭐 하는 거니? ”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옆을 봐봐. 근데, 넌 누구니?”

“됐어.”


그들 옆에는 덩치가 크고, 커다란 뿔을 가진 트리케라톱스가 있었다.

“어이 친구들. 좀 조용히 할 수 없어! 우리 작은 주인님 신경에 거슬리지 않게 말이야.”

트리케라톱스는 긴 꼬리를 흔들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얼룩말 친구. 자네한테 말해 줄 게 있어. 걱정해서 말하데. 잘 들어야 해. 저 끝에 있는 사자 보이지? 그 녀석이 자꾸 너를 보는 것 같아. 특히, 너의 그 튼튼한 근육질 다리를 말이야.”

트리케라톱스는 거센 콧바람 소리를 내고는 앞을 바라봤다.


나는 사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 멀리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올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왜 자꾸 나를 훑어보는 거야?’

나는 저 사자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배고 고프기 때문이다.

내 옆에 나와 함께한 친구들 모두가 그렇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잡을 준비하는 작은 주인님을 바라보고 있다.


덩치 작은 녀석 하나는 이렇게 소리 질렀다.

“야! 뒤 돌아봐봐. 분명 저 밥 주인은 따로 있어. 이 멍청한 녀석들. 야! 얼룩말  내 말이 맞지!”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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