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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Apr 17. 2020

시작이 반

시작은 야누스와 같다. 설렘과 걱정.


새롭다는 건 과거가 없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은 거친 파도처럼 요동친다. 하얀 백지에 대충 휘갈기고 싶다. 흐트러지지 않는 점과 선들은 어느 유명한 화가의 작품보다 멋지게 흔적을 남길 것 같다. 그게 마음이다. 시작이라는 새로운 마음 그렇게 다가온다.


새롭다는 건 경험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은 싱숭생숭한 바람과 같다. 우두커니 저 먼바다를 보고 있는 등대처럼 빛을 발할 뿐이다. 누구 하나 이야기해 주는 사람 없다. 아무도 이래라 저래라 말하지도, 등을 토닥여 주지도 않는다. 한 발짝만 나아가면 절벽이 될지 모르는 허망한 공간에 등대처럼 서 있는 기분. 시작이라는 걱정스러운 마음 그렇게 다가온다.


시간이 반


이미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봉사해라”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 “네 맘대로 해라” “긴장해라” “4.5만 명을 대표한다.”...


손바닥을 앞으로 뻗어 본다. 두 손에는 하얀 백지가 보인다. 바로 옆에는 검은 절벽이 보인다.

이 두 손 감싸거나 펴는 건 내 자유다. 시작은 갈등의 순간을 만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일하고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어 있는데, 내가 이걸 할 시간이 있나?

나도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못 챙길 판에 누가 누굴 챙겨주자는 건데?

이걸 해서 도대체 뭘 하려고? 자기 욕심, 명예, 인맥, 회식? 도대체 뭘 하려고?

하필이면 왜 나야 왜?’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미 되었다. 백지에 무얼 남길지, 검은 절벽에 무얼 느낄지 모다. 하만 현실은 이렇다. 우리는 이미 반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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