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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r 26. 2020

만삭 촬영

아이가 태어나기 전 모든 일상은 설렘과 기대가 한가득 피어나는 꽃 향기와 다를 바 없다.

이 기분을 영원히 남기고 싶은 마음은 사진 한 장으로 남기곤 한다.

첫째의 만삭 촬영이 기억난다.


그날은 따뜻한 여름이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우리는 작은 스튜디오로 향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난 아내에게 화를 냈다.

8차선 도로 한 복판에서 아내는 펑펑 울었다.

아이를 갖고 만삭이 되기까지 서글픈 심정이 눈물로써 표출된 것이다.

나는 내심 미안했다. 하지만 내 말과 행동은 비정한 남편이었다.

내 기억은 이랬다.


만삭 촬영과 무료 사진 제공에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1시간 넘게 옷을 바꿔 입고 못내 웃으며 촬영했다. 셔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환한 불빛이 하나 둘 나를 비출 때마다 나는 못내 미안했다.

이 좋은 날, 이 기분 내는 날, 이 기념이 되는 날

만삭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울린 간 큰 남편, 아니 간도 없을 것 같은 남편

수많은 만삭 사진을 만들었지만, 우리에겐 돈이 없었다.

그래서 첫째에게 남겨진 만삭 사진은 스튜디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사진 한 장뿐이다.

아직 그 사진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멋지고 다정한 얼굴을 지닌 남편과 이쁘고 세련된 만삭 아내가 보인다.

웃는 얼굴 아래로 김광땡이가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기쁘고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잘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광땡이가 세상 빛을 보게 되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 빛이 탄생할 것이다.

축하한다.

멋진 남편은 나보다 낫다. 최소한 만삭 아내를 도로 한 복판에서 울리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제  광땡이 엄마 아빠가 되는 이들 부부에게 좋은 일들만 생기길 기도해 본다.

좋은 일, 계속 좋은 일만 가득한 꽃 향기처럼 말이다.


새로운 빛과 광땡이를 위하여


https://www.youtube.com/watch?v=tjVQy0LWr04&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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