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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y 17. 2020

주말 새벽


10주 차 강의 녹음을 끝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절반이 지나갔다. 그만큼 익숙하지 않던 주말 새벽이 지금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도 새벽이다. 하품만 나오는 이 시간이 너무 익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비대면 수업은 이리도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주말은 평일 수업을 위한 준비와 재충전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오히려 주말이면 남겨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굴레로 느껴진다. 아마 이번 학기는 모든 걸 포기하고 주말 새벽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자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예전과 다르게 아이들은 빨리 잠을 청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이런 일상이 익숙해지는 것 같다. 학교도 가지 않고, 쉽사리 밖에 놀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잠자는 시간도 평소와 달라졌다. 말 그대로 일상이 변화되고 있다. 문제라면 문제지만, 이런 상황이 익숙해지는 게 두렵기만 하다. 아이들과 나 또한 주말이 평일처럼 느껴지고 있다. 해야 할 숙제들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평일이 아닌 주말, 반복된 집안에서 생활하는 일상들.


쉬지 못한 주말에 무거운 마음을 짓누르는 숙제들만 가득하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믿지만, 아이들이 잠자기를 기다리고 새벽이면 컴퓨터와 마이크를 준하고 녹음을 해야 하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어느새 익숙해지는 주말 새벽이 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잘 흐르는 물길이 막혀 우회한 기분이다. 어느 순간 다시 원위치로 흐르는 물을 바라볼 때, 기분이 어떨까? 오늘도 쉽게 끝나지 않는 숙제를 마무리하며 이 새벽을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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