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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n 02. 2020

거대한 책가방

집에 있던 책을 한 번 읽고 또 읽었더니, 이젠 재미가 없다.

그래서 도서 대출이 가능한 회원증을 도서관에서 발급받았다.

책을 많이 읽겠다는 다짐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집에 있는 책을 반복해서 읽고 있는 내가 불쌍해서다.


퇴근길에 문득 거대한 책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곁눈질로 지켜보던 그 녀석이다.

나는 그곳 앞에 섰다.

큰 화면에는 제발 저를 뽑아달라는 면접자가 아우성 거리는 듯했다.

내 소심한 손가락으로 그들을 훑어봤다.


어~ 이건 뭐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지갑을 열어 회원증을 꺼내 인식기에 갖다 댔다.

가방 속이 열리더니 그녀가 책 한 권을 건넸다.

내 입가에 작은 미소는 그 책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이다. 예전에는 몰랐다. 책이 주는 즐거움과 설렘이라는 존재감을

사각사각 넘기는 소리에 알아가는 재미 한 장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풍요로운 느낌

이제라도 알아서 너무 다행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침 그리고 저녁, 직장으로 가는 길에 집으로 가는 길

이 거대한 교실에 후미진 구석에 놓인 가방은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지친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준다.


이런이런 스마트한 책가방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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