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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n 10. 2020

빗소리



오늘 아침은 여름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덥다. 이제 여름인가 보다. 하루를 열심히 움직였다. 밖으로 나왔다. 눈에 비친 하늘은 사뭇 달랐다. 비가 내리고 땅이 촉촉해지고 있다. 터벅터벅 걸어가며 나는 목마른 사슴이 개울가를 찾은 나를 봤다. 빗소리가 반갑다. 아주 작았다. 여름에 내리는 작은 비가 촉촉이 내 가슴을 때리며 한 마디 한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봐.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래 그렇게 말이야. 그냥 가만히 너에게 다가오는 소리를 들어봐. 그래 그거야. 그냥 느껴봐. 나는 알아. 힘들지? 잠시나마 너에게 다가갈 시간이 있었군. 다행이야. 가끔 너에게 다가가면 그냥 눈만 감고 있어.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눈을 뜨고 하루를 보내고 또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나에게 말을 걸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새 그럴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지? 내 마음은 넘쳐 버린 쓰레기통과 같다. 냄새나고 보기 흉하다. 누구의 말도 믿기 어려워졌다. 의심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작은 빗소리마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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