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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n 26. 2020

책 속의 질문들

월요일 아침은 온몸이 뻐근한 느낌을 안은 채 집 밖을 나선다. 팔과 다리는 누구의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터벅터벅 지하세계로 들어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적군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기마병과 같다. 우리에겐 당장 눈 앞에 거대한 수송 열차가 보인다. 기마병을 기다리고 있다. 적군을 향해 달린다. 나도 그 무리에 섞여 진군하는 중이다. 적진 앞을 나아가는 지금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스마트 도서관]이 보였다. 월요일은 가급적 가벼운 마음이 되어야 한다. 몸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방도 없이 지갑과 핸드폰만 챙겼다. 대출증을 손에 들고 커다란 모니터 앞에 서서 책을 본다.


‘뭐가 있나?~’ 눈에 띄는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불편한 동행>

요새 법에 관심 갖다 보니 생각하는 것만 보인다.


책을 읽다 이 문장을 보고는 글자를 뚫어지게 보며 멍 때리고 있었다.

간절함은 진정성을 내뿜고, 그 진정성은 무엇보다 가장 논리적이다.


‘간절함, 진정성, 논리적이라....’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 같다.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특히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변호사와 마주하는 피고인은 더욱 그럴 것이다. 커다란 손으로 책을 움켜쥐고 읽다 보면 궁금증도 생기고 작가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사유의 세계에 들어간 것이다. 아직 이 책을 끝까지 읽지는 않았지만, 더욱 이 세계가 궁금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책이란 참 좋다. 사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작가가 말한 질문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문제를 풀어보는 퀴즈게임과 같다. 읽고, 생각하고, 음미하는 게 때로는 귀찮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이거라도 없으면 삶이 공허하고 오늘내일이 참 의미 없이 다가올 것만 같다. 그래서 책이 참 좋다.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어느 순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이럴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다. 좀처럼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하고 싶어 책에 있는 질문들을 그대로 적어본다. 훗날 다시 한번 생각하고 느껴보고 싶어서다.


모든 사건은 외부에서 지켜보는 것과 사건 안에서 바라보는 것의 시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작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줄여가려는 합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외 없이 일상의 평온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인관관계가 깊어질 수 없고, 인간적인 거리가 좁혀지지도 않는다. 인간관계가 숙성되려면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나의 불편함과 무리함을 감수하며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 일상의 평온함을 지키며 살더라도 가끔씩 다소의 무리함을 감수했을 때 비로소 누군가와의 인간관계가 깊어진다. 내 일상의 평온함을 희생해야만 인간관계의 거리도 좁혀질 수 있다는 이치다.


나는 누군가의 대리인이고 변호인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때로는 영혼을 파괴하는 고통을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들과 불편한 동행은 변호사의 숙명이다. 좋은 변호사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라도 최소한 나쁜 변호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내가 오늘도 누군가를 변호하는 이유고, 불편한 동행을 계속하는 이유다.


(발취 내용) <김정호, 김정호 변호사의 불편한 동행,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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