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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r 09. 2019

봄 날개 달린 물고기

#화창한 날 짜장면이 진리

봄을 맞이하는 주말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화창한 날이다. 햇살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창밖을 보니 오늘은 분명 잠시라도 외출이 필요하다. 몸은 아직도 겨울이다. 요새 몸이 별로다. 아직도 피로감과 감기 기운이 남아있다. 턱밑 샘에 뭉쳐진 림프절은 아직도 커져있다. 일단 약은 먹었다. 몸은 겨울이지만 마음은 봄이다. 오늘은 무조건 나가야 한다.


짜장면은 화창한 날 점심에 먹어야 딱이다. 투명한 유리창을 시원하게 뚫고 나온 햇살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어 일부러 차를 몰았다. 운전대를 잡으니 신이 난다. 옆 자리 아들도 신났다. 뒷자리 아내와 딸도 신났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말이다. 모두들 행복한 봄의 기운을 충전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짜장면 한 그릇과 함께 봄의 향기와 여유로운 가족 간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풍성한 햇살을 마음껏 먹어서 그런지 피로한 몸은 이내 가벼워졌다. 짜장면으로 꽉 찬 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빼고는 다 좋았다. 아직 우리는 봄기운을 더 받고 싶다. 아들은 부른 배를 움켜 잡으며 행복해했다. 뒷자리 아내와 딸도 속닥속닥 거리며 따사로운 공원 벤츠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진 동네 아낙네들처럼 낄낄거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말이다. 몇십 년 동안 기억 저편에 각인된 짜장면의 향긋한 냄새를 뒤로 하고 우리는 또 다른 봄기운을 찾아 떠났다.


둥둥 떠 있는 새들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갔다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무슨 종류의 새인지는 모른다. 그냥 조그마한 새다. 가끔 엄청 큰 새도 보였다.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넓고 조용한 공간. <봄 날개 달린 물고기>를 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낚시꾼들. 그들은 아쉽게도 그분의 얼굴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저 멀리 움직임 하나 없는 찌를 바라만 보고 있다. 순간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용한 물가에 봄 햇살 따사롭게 내리는 그 공간에 막걸리 한 병을 손에 들고 병째로 마시는 어르신들. 안주는 저 멀리 고요하게 떠 있는 찌가 전부다. 행복해 보였다. 이미 봄을 낚은 듯하다.




퇴근 시간이 끝나고 바로 우리는 뛰쳐나간다. 최대한 빠른 동작으로 사전에 미리 연습한 것처럼 속전속결로 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무조건 달린다. 어깨너머로 그들의 무서운 기운이 느껴진다.


요놈들 이번에는 그 면상을 제대로 보겠어. 기다려라.
빨리 좀 가세요!
고고!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둘도 없는 후임 김 00과 김 00이다. '쌍김님'이라고 부르겠다. '쌍김님'과 함께 <봄 날개 달린 물고기>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한다. 우리는 일사천리로 낚시대를 그들이 있는 곳으로 드리웠다. 신이 난다. 그냥 신났다. '쌍김님'과 함께해서 신났고, 조용한 물가에서 잠시나마 직장에서 느낀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움츠린 겨울이 지나 조용히 찾아오는 봄기운을 느낄 때면 우리는 작은 물가로 내달렸다. 자주 '쌍김님'과 함께했다. 매서운 비가 와도 소용없다. 우리는 전투적으로 낚시를 즐겼다. 나만 빼고 말이다. 그들 '쌍김님'은 각각 어부와 어신다. 그분들의 실력은 가히 신에 가다. 뭘 해도 잡는다. 그에 비해 난 별 볼일 없다. 오죽하면 아들도 이렇게 말했을까. "나보다 못 잡네. 정말 운도 없으셔. 쯧쯧." 난 그냥 유가 좋. 가끔 막걸리 한 잔에 <봄 날개 달린 물고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오늘 어르신들의 모습은 그때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


신이 났다. 아이들의 발걸음은 <봄 날개 달린 물고기>처럼 가벼웠다. 여기도 신기하고 저기도 신기해하는 딸은 흠뻑 봄에 취해 있었다. 막걸리는 아니라 다행이다. 나사 하 풀린 최첨단 인공지능 물고기 로봇 같다. 지칠 줄 모른다. 조용하고 한적한 물가에 비친 햇살이 마냥 신기한 아이들과 막걸리 한 병에 소소한 담소를 나누는 낚시꾼들에게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봄기운은 이미 찾아왔다. 조금만 움직이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여유다. 지치고 피곤한 몸은 이내 즐거운 행복감으로 스르르 춘곤을 느낀다. 우리 '쌍김님'과 함께 봄기운 완연한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 <봄 날개 달린 물고기>가 보고 싶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애들아. 이제 가자.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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