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부님의 말씀
어느 신부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형제님 스스로 만들어놓은 것들 이제 내려놓으세요~”
9년 전, 복도에서 갑작스레 공격당했다.
중년이라는 나이는 이런저런 생각을 만들어낸다.
과거에 만들어 놓은 것들을 회상하게 한다.
잘한 것과 못한 것들이 뒤섞인다.
하지만 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은 아직도 대기 중이다.
요새 성공과 만족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실패와 또 실패라는 단어가 오히려 익숙하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목표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내려놓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막상 할 것들을 미뤄도 아무 변화가 없다.
휴일이 내게 준 선물은 나태였다.
할 것들이 아직도 태산이라 생각하는 것은 거짓이었다.
내가 만든 아주 높은 산에 불과하다.
큰 아이는 소파에 몸을 포개고, 작은 아이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엄마 옆에서 칭얼거린다.
은은한 거실 조명은 TV 노랫소리와 제법 어울린다.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