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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r 16. 2019

주말 새벽 예찬

#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부터인가 주말은 내게 더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평일 새벽은 출근 준비에 부산을 떨며 직장을 오고 가는 공간의 이동을 뜻하는 시간대다. 주말 새벽은 오로지 조용한 공간에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간대다.


나를 닮기도 한 듯 아닌 듯 사랑스러운 아이들. 그들이 있기 전에 주말은 <여유>라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여유>따위는 없다. 그냥 그런 흔한 아이들 아빠다. 아직 어리광도 많고 먹을 것도 챙겨줘야 할 시기에 딱 걸려든 아빠다.


주말이면 주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난다. 출근하는 습관 때문이다. 아이들은 7시 30분이면 일어난다. 그들도 평소 습관이다. 평소 주말을 고려해본다. 새벽 혹은 이른 아침(새벽으로 통일하겠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평균 1.5시간이다.


1.5시간은 참 많은 걸 할 수 있다. 일어나자마자 하품 한 번 하고, 눈도 비비고, 기지개도 켤 수 있다. 가끔 몸이 허락되면 1분짜리 플랭크(plank)도 한다. 여기서 플랭크는 모든 코어 근육과 결합되는 운동으로 널 빠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말 그대로 납작 엎드려서 자세를 유지하고 버티는 운동이다. 버티는 시간에 따라 초급자는 30초, 중급자는 30~60초, 상급자는 60~90초 정도다. 나는 몸이 가벼운 편이라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몸에 좋은지는 모르겠다. 짧아서 좋아 딱 이것만 한다. 그래도 나이 뱃살은 꾸준히 늘어난다.


작년 10월부터 독서에 빠져있다. 습관이 되었다. 짧은 독서가 익숙하다. 독서 30분을 해도 약 40분 정도 남는다. 아이들이 늦잠 자면 더 많은 시간이 생긴다. 독서 후, 강의 준비도 한다. 집중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강의를 준비하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아직도 완벽하지 못한 실력 때문이다. 반복된 강의라도 매번 부족함만 느낀다. 물론 강의 준비 압박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기분도 느낀다. 강의 준비는 직장에서 하기 힘들다. 주말에 하는 게 좋다. 아무튼 이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중요한 사항을 체크한다. 나머지 추가할 사항은 수업 당일 전철에서 확인하면 끝이다. 내게 자투리 시간은 곧 금이다.


1분 플랭크, 독서, 강의 준비. 이 세 가지는 기본이고 '글쓰기'는 옵션이다. 생각나는 게 있으면 글로 표현하고 아니면 말고. 어느덧 주말 새벽은 이렇게 기본에서 시작한다. 토, 일요일이면 2번이 가능하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아침형 인간'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저녁형 인간'도 있다. 자기 계발이나 업무 능력 증대 등을 목표로 어느 시간대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나눠지는 것 같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이를 예찬하는 서적이나 미디어는 많이 존재한다. 어디에 속하든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음만으로 이미 반을 시작한 거다. 꾸준한 실천은 더욱 좋지 않을까. 나는 '아침형 인간'에 가까운 것 같다. 사실 아침잠이 많지 않다. 부추기는 요인은 또 있다. 아이들은 저녁 10시면 무조건 자야 한다. 아내의 잔소리가 기억난다. "빨리 텔레비전 꺼요. 아이들 자야 해요. 그래야 성장에 도움이 되지." 군대와 똑같다. 정시에 이불속에 들어가면 입대를 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기분이 더럽다. 그래도 어쩌랴. 성장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시간이라고 한다. 아내는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나만의 시간>은 중요하다. 자신을 돌아보고 찾아가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오디오 클립에서 이동우 작가가 소개한 '5AM 클럽'이 생각난다. 잔상에 남은 메시지는 이렇다. 새벽 시간을 잘 짜인 계획대로 실천하면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일상에서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현대인을 지적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가령 스마트폰, 텔레비전, 이메일 체크 등을 차단하는 것이다. 새벽 5시가 중요한 이유를 더 알고 싶다. 책을 사서 봐야 한다. 아내 잔소리가 기억난다.


사람이 왜 그래?! 평소 안 하던 독서에 빠지고. 아이들과 안 놀아주고 혼자 책이나 보구. 제발 아이들과 좀 놀아. 책값이 얼마나 많이 나가는 줄 알아?!


궁금증은 풀어야 한다. 다음 달 월급 타면 사야겠다.


일부러 <나만의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꼭 새벽은 아니어도 좋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서다. 어릴 적에는 생각하고 상상할 시간이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 한 모든 시간은 잘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나만의 시간>을 체크하자. 언제 어느 때 얼마만큼 나를 찾아볼 수 있는지 말이다. 혹시 모를 일이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큰 자산이 될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모든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그 자체다.




7시 40분, 아이들이 일어난다. 아들은 부스스한 얼굴과 멍 때리는 표정이다. 밝게 웃어넘기는 딸은 책 한 권을 가지고 옆에 왔다. 아직 글도 읽지 못한다. 따라 하는 척하고 있다. 10초 만에 끝. 나도 <나만의 시간>을 끝낸다. 10년 후면 이 새벽이 더 길고 지루해질지 모른다. 그래도 지금 새벽은 내게 소중하다. 이제 <아빠의 시간>으로 스위치를 변경해 본다.

아이들 밥이나 챙겨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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