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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16. 2021

슬다방

1년

"한 번 해볼까?"라는 말에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를 했다. 수줍음 많은 어린 소녀처럼 시청시간도 보고, 구독자 수도 확인해 봤다. 처음에는 정말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냥 만들자."라는 말에 대상을 선정하고 그에 맞는 내용을 담았다. 내가 잘 아는 분야라는 점에서 누가 대상인지는 명확했다. 암 환자라는 특별한 존재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될만한 우리 분야 이야기를 담았다.


"음향이 꽝인데요!"라는 말에 인터넷 폭풍 검색을 했다. 고가의 영상 촬영과 음향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 이틀 성능과 가격을 저울질했다. 우리에게 맞는 최적의 장비를 선택하고 주문했다. 아내에게 묻지도 않고 고가의 장비를 구입했다. 아직도 모르고 있다. 작은 죄책감이 더욱 좋은 영상과 음향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아직도 스스로 합리화하는 중이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댓글 봤어?"라는 말에 힘이 되었다. 목적이 수익이 아닌 소소한 도움이기에 더욱 소중했다. 생각나는 대로 꾸밈없이 만들고 올리고 환우들의 질문에 답변을 달았다. 우리는 의사가 아니다. 그래서 그 제약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음만 있을 뿐이다. 법이라는 거대한 담장을 앞에 두고 주변을 청소하는 걸로 만족했다.


"이제 뭐하지?"라는 말은 콘텐츠의 부재를 뜻한다. 아무리 많은 내용을 담고 싶어도 정보라는 한계가 있다.

직업이 아니라 더욱 그렇다. 주위에서 흔히 말하는 부캐에 해당되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열정에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어느새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다른 이야기는 어때요?"라는 말에 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했다. 교육이라는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꿈을 향해 공부하는 예비 전문인에게 학습에 도움이 되는 임상 정보를 기획했다. 그로 인해 구독자 수가 늘었다. 기쁘지만 그만큼 부담이 생긴다. 작은 말 하나가 새싹들에게는 큰 작용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오늘 드디어 1년 되었어요."라는 말은 새삼 시간이 빨리 흐른다라는 말을 상기시켰다. 시작이 어제 같은데 벌써 365일 밤이 지났다. 그동안 노력한 시간과 부상으로 얻는 콘텐츠의 수도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시청시간, 구독자수, 콘텐츠 등의 양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좋은 정보라는 사실이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시작 후 1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는 자화자찬은 해도 될 듯싶다.


"우리 모두 더 잘 하자."라는 말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라는 설렘이 있다는 의미다. 소소한 재미와 행복은 주식처럼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그래도 좋다. 욕심을 버리고 소중할 걸 하나하나 이루고 있기에 만족한다. 작은 시작이지만 누군가의 큰 소망이길 바라며 오늘도 "어떤 게 좋을까?"라고 고민해 본다.


ps. 슬다방을 이끄는 햄스터들에게 축하를...


https://www.youtube.com/channel/UC8qywpfaKDemM9GskoeHOig?sub_confirma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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