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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19. 2021

내 방향은

월요일 아침이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몰려 가고 있다. 여러 사자들이 먹잇감을 찾으며 어슬렁 거리는 것과 같다. 따스한 햇살과 습한 온도에 한 발 내딛는 것도 버겁게 보인다. 터벅터벅 그들은 그곳으로 몰려 가고 있었다. 


우리는 울창한 숲을 건너야 한다. 그늘진 곳에는 많은 이들이 한가히 쉬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걷는 사람부터 비 오듯 땀을 쏟아내며 쏜살같이 뛰어가는 사람까지 다양한 무리들이 제각각 어느 곳으로 향해 가고 있다.


멀찌감치 어느 노부부가 보인다. 그들 앞에는 그들이 쓰는 듯한 휠체어가 있었다. 노부부는 각자 휠체어를 앞세우고 걷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걷는다. 그리고 멈춰 서서 모자를 벗고 땀을 닦는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부채질을 한다. 그리고 다시 휠체어를 잡고 한 발을 내딛는다. 그들은 몇 발짝 안 가서는 또 멈춘다. 그들 옆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가고 있었다.


숲을 헤쳐가며 먹잇감을 찾는다. 한 발 넘어서면 다를 듯하다. 우물이 보이고 그곳으로 점프를 한다. 시원하게 풍덩 빠졌다. 시원하다. 상쾌하다. 우물 안으로 들어가니 더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천국이다. 아직도 숲에는 많은 사람들이 걷고 뛰고 있다. 나는 말이야 이 천국에서 나오면 그들처럼 걷고 뛸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걷기 운동을 한다.

몸을 위해

돈을 위해

일상을 위해

각지 다른 방향처럼 보이지만 저기 멀리 한 걸음씩 나아가는 노부부를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게 보인다.


결국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울창한 숲이든 시원한 바다든 가시 많은 장미밭이든,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원하고 아늑한 이 천국도 언젠가 어색한 공간이 될 것이다.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후에 내 방향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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