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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20. 2021

To K

점심시간은 꿀잠 자기 딱 좋은 시간이지. 직장인은 아침 출근부터 1차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되지. 어렵게 출근을 하고 난 뒤는 더욱 지칠 일들이 산적해 있어. 할 일도 그렇지만 사람들과 부딪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짜증 날 때도 있고, 가랑비에 옷이 젖 득 알지도 못하게 스트레스가 쌓이지. 그러기에 점심은 지친 몸과 마음에 큰 에너지를 축적하고 잠시나마 힘을 주는 거대한 태양과 같아.


점심시간은 길지도 않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휴식과 같아. 모든 걸 내려놓고 잠시 눈을 붙이는 행위는 뇌과학적으로 우리 뇌에 정말 큰 보배와 같지. 스트레스를 줄이고 몸과 마음의 편안을 주는 아주 귀한 신의 선물과 같다고 해. 너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 오전과 오후의 경계를 명확히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있어 우리는 오늘을 향해 또 달릴 수 있지.


불행하게도 나는 이 시간을 휴식과 잠에 할애하는 건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 이런 생각들이 하루 이틀 그리고 몇십 년이 되었지. 지금은 휴식을 취하는 게 어색하기만 해. 정말 잘 못된 생각이지. 앞서 말했지만, 뇌과학적 관점에서는 정말 못된 습관이거든. 하지만 난 하고 싶은 게 많았어. 일을 잘하기 위해 전공서적을 본다든지. 누군가의 달콤한 여행을 위해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한다든지. 쇠약한 근력을 조금이나마 지연시키기 위해 팔 굽혀 펴기를 한다든지. 휴식과는 먼 행위였지. 예전이 생각나는군.


K! 네가 첫 근무할 때 생각나? 너는 나와 달랐어. 점심시간은 오로지 뇌가 행복하도록 충분히 쉬고 잠을 잤지. 솔직히 나에게는 충격이었어. 잠을 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충격이었지. 내 생각에는 '게을러서 그래.'라는 선입견이라고 할까. 내가 잘 못 생각한 거지. 이해해줘. 그때만 해도 나에게 점심시간은 휴식이 아닌 전투라서 그래.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보다 많이 알아가고 공부하고 활동해야 하는 치열한 본능이었지. 조금 부끄럽지만 자화자찬하면,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 다 황금 같은 시간을 쉬고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하고 다른 무엇인가 생산하려는 과거가 있기에 지금에 내가 있지 않았나. 싶어.


지금 내 눈에는 네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져. 남들 쉴 때 목표를 이루고자 고군분투하고 있거든. 하지만 조금 걱정은 돼.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달리고 있어서. 내 경험을 조금 보태자면 어느 순간 번아웃이 생길 수 있거든. 이루고자 할 작은 것들은 하면서 큰 휴식을 자주 갖는 게 어떨까.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거든. 


점심시간은 참 달콤한 시간이야. 잠을 자든 운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절대로 누가 뭐라고 하면 안 돼.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고 더 나아가고 싶으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바보야. 이렇게 말한 나는 여전히 쉬지 않고 달리고 있지만. 가만 보니... 나에게 말하는 것 같군.


아무튼, 경주마처럼 너무 달리지 말고, 가끔 눈을 붙이고 휴식을 취하길 바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잘 비우고 또 채우길 바래. 가끔 할 일이 명확하면 휴식이고 뭐고 제대로 끝내도록 하고.


그럼 안녕.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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