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Aug 09. 2021

허리

2년 전부터 허리가 불편했다. 며칠 두고 보면 괜찮겠지. 건강검진에서 보인 사진은 분명 디스크였다. 충격과 공포는 없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주로 앉아서 업무를 하는 특성도 있지만 자세도 좋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요통이 디스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 심해지면 어쩌지.라고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직 젊은데 왜 허리가 약해졌을까?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봤다. 출퇴근하며 전철에서 다리 꼬고 앉아있기, 업무시간에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 점심시간 식당에서 다리 꼬고 앉아있기, 퇴근 시간이 가까워도 가벼운 스트레칭 한 번 안 하기, 집에서도 의자에 앉아 있거나 소파에 누워있기, 어정쩡한 자세로 TV 시청하기, 운동 안 하기 등, 수많은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허리에 힘이 없으면 몸이 주저앉는 느낌이 든다.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두 다리를 바닥에 두는 것도 버겁게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물어보고 찾아봐도 답은 하나다. 근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녁부터 플랭크 자세를 시도해 봤다. 처음에는 30초도 힘들었다. 지금도 힘들다. 하지만 조금씩 하다 보니 1분은 버틸 수 있고, 지금은 10초씩 늘리고 있다. 


운동으로 하루아침에 해결이 되지 않는다. 가볍지만 꾸준히 플랭크 하나만 집중했다. 전보다 멀쩡해졌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가끔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서서히 통증이 느껴진다. 허리에 힘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젠가 게임에서 상대방이 아무도 모르게 나무 하나하나를 빼는 것 같다. 스마트한 핸드폰 놔둬서 뭐하노. 25분 알람을 켰다. 앉아 있는 시간 25분을 넘지 않기 위해서다. 효과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하루 종일 의자와 한 몸이 된다. 조금씩 상대가 나무를 빼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허리는 몸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진다.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불편하다. 마음은 10대 청춘인데 몸은 그러지 말라고 악마처럼 속삭인다. 마음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포자기한다. 이럴 때면 속상하다. ‘몸이 시간이고 돈이다’라고 한다. 둘 다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책을 앉아서 보는 게 영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거나 논문을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25분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이 짠하다.


작은 습관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플랭크만 하고 있다. 다른 건 하고 싶지 않다. 이것만으로 허리든 마음이든 지탱할 힘이 조금이나마 생겼으면 한다. 그래야 서서 독서하거나 글을 쓰는(?)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정수기와 이기주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