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Aug 10. 2021

핸드폰과 이어폰을 버리자

어느 순간 내 시야가 좁아지고 있는 걸 느낀다. 길을 걷다 보면 자꾸 땅만 쳐다보고 있다. 내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다. 거북목이 서서히 진행되는 걸 느낀다. 이 넓은 세상에 자꾸만 내 시야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모든 소리가 일방통행하고 있다. 이어폰을 끼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정보가 있다. 경제, 부동산, 정부 정책, 그리고 돈이다. 매일 새롭게 생성되는 정보의 향연에 내 귀마저 취하고 있다. 이 넓은 세상에 자꾸만 반복되는 소리만 내 귀에 울린다.


어느 순간 걷다 보면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잊고 있는 경우가 있다. 요새 중요하게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잘할지 곰곰이 고민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건 아니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깊숙이 내면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은 분명 예전만 못하다.


핸드폰과 이어폰을 가방에 쳐 박아 넣는다. 끝이 없는 입력되는 정보의 홍수에 진절머리가 난다. 잠시 내려놓는다. 있다가 없으면 불안한 심리가 있을 줄 알았다. 생각만큼 그러지 않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과 하늘로 높이 뻗은 나뭇잎 사이로 새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걷다 보니 드문드문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도 생각나다. 꼬리를 물고 생각해본다. 또 생각해본다. ‘아하 이것도 좋은데!’ 작은 생각이 파동 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쁘지 않다. 또 생각해 본다. 괜찮은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이라도 핸드폰과 이어폰을 없애야 한다. 내 관점을 좁히고 흐리게 하는 것들과 내 감각을 온통 한 방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들을 없애야 한다. 오로지 내 생각은 물 흐르듯 걷는 발소리처럼 리듬 있게 춤을 출 수 있다. 가능하다. 마스크마저 던져버리고 그날에는 더 많은 것들을 버리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고 난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허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