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아침에라도 작은 운동을 하자고 결심했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이라도 해서 성공을 맛보고 싶었다.
운동이라는 세상 귀찮은 단어로 처음부터 거창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걸 이미 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은 이거다.
동네 한 바퀴
아침 이슬 속 수풀을 지나는 사자처럼 어슬렁 걷는다. 운동이 아니다. 백수가 동네 산책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동네 한 바퀴를 돌아다녔다. 처음엔 5분 다음엔 10분 이렇게 늘려 나갔다.
그러다 오늘은 큰 맘먹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하천변으로 나가보자. 이른 아침이라 덥지는 않았다. 자동차가 굴러가는 소리가 좀 거슬렸지만 산적한 작은 숲길로 들어가니 딴 세상에 온 것만 같아 기분은 좋아다. 세상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지만 아니었다. 힘차게 팔을 앞 뒤로 흔들며 돌진하듯 빠르게 걷는 사람부터 목에 걸친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힘차게 뛰어가는 사람까지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천지였다.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어슬렁 거리며 걸었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까지 가서 다시 돌아와야겠다. 속으로 정목표를 정했다. 천천히 걷는다. 몸이란 참 신기하다. 스스로 느껴진다. 구부정한 허리가 펴지는 느낌. 작은 힘이 주어지는 출렁거리는 똥배. 좀 걷다 보니 자세가 펴지는 느낌이라… 나름 기분이 좋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이렇게라도 나오길 잘했네. 스스로 대견해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집으로 가는 길은 다른 길로 가봐야겠다. 온몸에 힘을 빼고 걷다 보니 천연덕스럽게 폴짝거리는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도시 속 작은 하천에 개구리라니. 저 멀리 눈에 보이는 왜가리가 왜 어슬렁 거리는지 알 것만도 같다. 개구리를 뒤로하고 무거운 다리를 들어 올리며 걷는다.
주말아침이라도 이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존이 걸린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위축되고 기운도 없어진다. 뭐 특별히 아픈 건 없지만 몸이 서서히 노화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마음만 청춘이지 몸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걷다 보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날 때쯤 반대편에서 빠르게 걷는 어느 중년의 남자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얼떨결에 네~라고 외마디로 답하고 가던 길을 간다. 기분은 좋네. 아침에 운동하시는 분들의 문화가 있는 건 아닐까. 백수 같아 보여서 그런가.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좋은 아침에 기분은 좋다. 좋은 아침만큼 좋은 하루를 기대하며 주말아침 걷기 운동은 이것으로 마무리하자.
큰 결심은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힘도 나고 큰 만족을 누릴 수 있다.
지친 일상 속에 주말이라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