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메모하고 학습하고 고민하고
이 일을 하려면 목표를 크게 잡던가, 아니면 하지 말던가.
이 일은 내가 할게 아니네.
인사 똑바로 하고 다니길, 어디든 인사가 기본이다. 공부 잘하든, 돈이 많든, 작은 아버지가 병원장이든, 큰 아버지가 총장이든, 관심 없다. 예의 없는 학생은 임상에 나와도 뻔하다. 지금부터 거울을 보고 인사 연습부터 해 보길 바란다.
아무 생각 없이 병원 복도에서 서성거리지 마라. 그럴 바에는 집에 가는 게 좋다. 재미가 없다. 흥미가 없다. 난 원래 학문에 관심이 없다. 내 직업이 아니다. 하며 생각하는 척하지 말자. 부모님 혹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등록금이 아깝다. 혹시 스스로 마련했다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 돈 아깝다고 생각하면 화장실 가는 것도 아까워해야 한다. 장학금도 본질적으로 국가 세금이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썩은 고기가 없을까.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서성거리지 말고 스스로 발걸음을 당차게 옮기길 바란다.
학점에 집착하지 말자. 나는 임상 실습 B다. 자랑은 아니다. 정말 결석도 했다. 왜 했을까. 그 이유는 그 당시 아무도 나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걸 느꼈다. 말 그대로 유령이 된 기분,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허수아비, 매미, 거머리 등이었다. 학생은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꽤 낮은 계급이기도 하다. 자칫 하찮은 존재로 전략되는 경우가 있다. 조심해야 한다. 그때, 나는 실험을 하고 싶었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선생님들은 알고는 있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정말 모르고 있었다. 참 어이없었다. 그렇다고 <경험자>가 했으니 나도 경험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때랑 지금이랑 다르다.
학생은 몰라야 한다. 간혹 너무 많이 아는 학생들이 보인다. 너무 대견하고 신기하다. 공부도 상위권이다. 그러나 임상에 계시는 선생님은 다르다. 몸으로 배운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책으로 얻은 지식과 다른 형태다. 임상 실습은 이런 몸으로 배우는 지식이 많이 보이고 때론 이론적 학문을 탐구하기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이렇다. "책에서 공부한 내용과 실전을 잘 구별하면 된다." 물론 많이 알면 금상첨화다. 그래도 모른다고 너무 자책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르면 물어봐. 때리거나 욕하지는 않을 테니. 간혹 선생님이 모르면 화를 낼 수 있으니 그때는 눈치 빠르게 선제공격을 해라. “제가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박사급은 아니다.
동기부여가 될 사람 혹은 무엇인가를 찾아보라. 실습기간이 끝나면 어느 누군가는 직업과 사람에 대하여 실망이 생기고 기약 없이 자신을 책망하며 고민에 빠질 수 있다. 하늘처럼 우러러볼 수 있는 선생님도 있는 방면에 그 반대 성향을 가진 인물도 존재한다. 여기는 병원이라는 공간이다. 다양한 직종에 직장인이 존재한다. 모두가 똑같다면, 여긴 로봇 공장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본인의 입맛에 너무 맞는 좋은 사람, 좋은 선생님, 좋은 멘토를 찾아보는 게 좋다. 꼭 찾아서 연락처(이메일, 전화번호) 정도 메모해 둬라. 사람은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자주 연락 오는 친구들이 있다. 예전에는 취업, 연애, 가정 등 많은 안주거리를 준비하고 술잔을 함께할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못 한다. 잘 못하면 여학생 꼬신다고 오해받을 수 있고, 지금은 체력을 넘어 잘 못하면 간암에 걸릴 수 있다.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할 나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 주위를 둘러보면 문을 두드리는 자가 많다. 어제도 고민 상담하는 친구가 있었다. 자신을 자극해 줄 누군가 혹은 무엇이 분명 있을 거야. 그러니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밥은 든든히 먹고 다녀. 병원에서 나오는 밥이 맛있어. 아니 건강식이야. 그러니 아침 굶었다고 힘들어하지 말고, 점심을 기다려. 많이 달라고 식당 이모님께 말만 잘하면, 너의 허기진 배를 충분한 양으로 초 저녁까지는 버틸 수 있을 거야. 욕도 많이 먹어야 하나? 그건 좀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충고와 조언을 많이 챙겨 먹어야 해. 간식처럼 수시로 받아먹어야 해. 그래야 너의 머리가 총명해지고 너의 사고가 폭넓어질 테니.
각 파트에 가기 전 예습은 필수. 대부분의 학생들이 준비를 하고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이라면 명심해야 해. 예습 안 하면 네가 심심해. 임상 선생님들은 일하는 중이거든. 하나부터 열까지 교수님처럼, 아니 옆집 오빠처럼 알려줄 수 없어. 그러니, 꼭 주말에 미리 책을 보고 가는 게 좋을 거야. 이와 반대로 모범생들은 하나면 잘 준비하면 될 거야. 임상에서 접한 모든 것들이 책에 있는지 혹은 책에 없는지. 링크를 시켜보는 방법이야. 간혹 정말 모르는 걸 볼 수 있거든. 책에도 없는 것들. 그것까지 알면 자신감 업!!! 시킬 수 있어. 확실해. 준비 없이 일주일을 지낸 파트에서는 선생님도 말 수가 없어지거든. 그걸 느끼는 순간 너는 끝이야. 아주 처참하게 찢긴 색종이처럼 너덜너덜 사방에 뿌려질 거야. 명심해. 준비가 최선의 방어야.
몰라서 혼나면 열이 받을 거야. 울고 싶을 때도 있어. 그러니 공부해. 그게 살길이야.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도록 하고 나머지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예행연습을 해봐. 그럼 어느 정도 <질문>이 생기도 답을 찾는 스스로를 보게 될 테니. 인간은 많이 생각하는 걸 싫어한다고 하던데. 그 인간에 속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해도 무리가 없을 거야. 다만 고민하는 인간일수록 행복해진다는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 틀린지는 모르지만 그냥 알아서 선택해.
더 쓰고 싶은데 너무 잔소리가 많은 것 같아서 그만 말해야겠어. 마지막은 말이야. 음...... <임상 실습>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봐. 본질적으로 무엇을 하든 목적이 명확해야 해. 가령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일주일 동안 내가 무엇을 알게 될 것이며, 정리할 내용은 어디까지인지. 영상의학과에서 주로 응급 촬영은 어떤 경우에서 하고, 선생님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너무 많겠지만, 8주간 8개의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미리 가늠하고 들어갔으면 해. 예전에 나는 워낙 잘 몰라서 중요한 사항을 <질문>하며 내가 아는 게 맞는 건지, 틀린 지 묻다가 실습이 끝나더라고. 열심히 묻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가진 않을 거야. 초음파실 빼고. 다시 말해, 구체적으로 각 파트에서 무엇을 얻을지 미리 파악해 두면 좋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