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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n 25. 2019

6개의 창

그들이 말하는 행복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지 않은 2개의 창과 8개의 기둥에 환하게 뚫린 6개의 창. 팔각정(=팔모정). 6개의 창으로 안과 밖을 구분해주고 출구인지 입구인지 모를 계단에서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둘 만의 공간, 작은 꼬마 숙녀가 만든 비눗방울은 6개의 창에서 멀리 사라져 간다.

조용한 암자에 두 개의 계단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

시원한 바람은 무단 침입자. 이리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창

나와 작은 숙녀는 바라본다.


첫 번째는 숙녀의 나이를 궁금해하며 얼굴과 몸짓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신나서 웃음 짓는 얼굴을 따라 해 본다.

세 번째는 고목의 단단함에 쿵쿵 소리를 귀로 듣는다.

작은 창은 하나 같이 머리띠부터 금색의 작은 신발 아래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네 번째는 숙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아장아장 기어가는 모습은 저 멀리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훌쩍 커버린 손가락과 발가락은 어쩜 이렇게 나를 닮았을까.

다섯 번째는 숙녀의 귓속말을 듣는다. 아빠~ 어린 시절 시골, 어느 팔각정에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는 할머니들의 굵은 잔주름과 거친 손을 바라보며, 왜 그런가?, 하며 신기해하던 그때 그곳에서 수다스러운 목소리를 듣는다.

여섯 번째는 우리 둘만의 공간에 무단 침입한 시원한 바람을 응시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 회상한다. 우리들의 메타포. 지난 우리가 뛰어가던 허상은 시원한 바람과 같다.


6개의 창은 우리를 바라본다. 함께 눈을 마주치며 서로 똑같은 갈색 눈동자에 비추는 우리를 바라다본다. 우리는 서로 웃는다.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6개의 창은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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