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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06. 2019

버그

작은 창 너머 고마운 바람

아침부터 무더운 날씨였다. 하루가 이렇게 지나고 마무리를 하게 된다.

아침에 느낀 한 가지, 항상 소중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24시간이라는 하루.

지금 막 15시간이 지났다.


가족 모두는 즐거운 하루를 뒤로한 채 꿈나라로 여행 갔다.

나는 홀로 작은 방에 안락한 캠핑의자에 앉아 있다.

내 뒤로는 작은 창이 하나 있다. 창 너머에는 작은 나무와 함께 작은 골짜기가 있다.

가까운 산자락에서 시작한 바람은 골짜기를 따라 내 등 뒤에 작은 창 너머 내 등을 스치듯 지나간다. 

비가 조금 왔다. 시원함이 내 등줄기를 타고 미끄러진다.



머릿속에 복잡한 톱니바퀴 하나를 끄집어내야 한다.

이럴 때는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집중할 대상이 필요하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대상은 이거다.

코딩

잡념을 없애기엔 이게 딱이다.

왜?라고 물어보면 나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눈에 보이는 버그를 찾기 위해 집중하고, 톱니바퀴 따위가 자리 잡을 곳은 없어진다.


이게 전부다. 

코딩은 쥐뿔도 못한다. 남이 작성한 알고리즘만 베끼고 퍼즐 맞추기 정도만 할 뿐이다. 

이게 전부다.




등 뒤에서 누군가 응원한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

작은 창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은 그냥 내 등을 스치며 지나간다.

나는 그냥 고맙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 보상 없이 시원하게 해 준다.

그로 인해 나의 잡념을 버리기 위한 몸부림은 더욱 즐거워진다.

고마운 바람처럼.


나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버그 같은 존재

고마운 바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아마도 버그를 없애는 일을 계속할지도 모른다.

그냥. 계속 잡념이나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열심히 잡아 본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에러만 들여다본다.

그냥. 내일 해야겠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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