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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16. 2019

낙엽군

멍멍이에게 목줄은 답답한 존재다.

어느 작은 공원 벤츠에 앉아있다. 내 옆에 친구 하나가 앉아 있다.

낙엽군은 연한 갈색으로 두 팔을 벌리고 내게 말을 건다.

“너 지금 뭐해? 일 안 해?” 나도 두 팔을 벌려 벤츠에 걸며 말했다.

“나? 오늘 일 안 해. 그냥 이 곳에 있어.”

나는 귀찮은 듯 대답했다.


낙엽군은 힐끗 나를 쳐다보고는 저 멀리 걸어가는 멍멍이를 가리키며 말을 한다.

“저 녀석 참 행복해 보이네. 주인이랑 아침에 이렇게 산책도 하고 있으니. 근데, 자세히 보니 목줄 때문에 답답해 보이네. 봐봐. 친구야.”


멀리서 주인에 손을 이끌려 열심히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흰색 작은 멍멍이, 우리를 쳐다본다. 나는 그와 눈빛이 마주쳤다. 멍멍이는 내게 두 가지를 말하고 있었다.


<즐겁고 흥분되는 산책과 답답해 죽을 지경인 목줄>


당장이라도 목줄을 풀어주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주인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줄을 꽉 잡고 비에 젖은 시원한 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마음은 자유롭지만, 정작 구속하는 건 저 목줄이네. 야. 낙엽군. 저 멍멍이나 우리나 똑같은 것 같은데!”

나의 말에 낙엽군은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그냥 나를 빤히 쳐다보며 귀를 기울인다.


“생각해봐. 낙엽군. 저 멍멍이는 지는 목줄 없이 순전히 이 공원에서 주인이 되고 싶어 해.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목줄이 허락하는 활동범위에서 그나마 열심히 산책을 즐기고 있어. 저 날름거리는 혓바닥과 킁킁거리는 코를 봐. 근데, 눈을 봐봐. 우리에게 애원하잖아. ‘목줄이 답답하다고.’ 야! 낙엽군. 넌 내 친구니깐. 무슨 말이냐면...”


“빨리 말해. 어우 답답해 죽겠네.”


“그니깐. 우리는 이 작은 공원이 아니라 더 넓은 곳으로 가서, 정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를 즐기고 싶은 게 목적이야. 맞지? 너도 그렇지? 근데, 벗어날 수 없어. 저 목줄 때문에 멀리 갈 수가 없어. 답답하다.”


“아침부터 쓸데없는 소리를 하네. 미친놈.”


낙엽군의 꾸중 섞인 말에 나는 멍멍이와 인사하고 고개를 젖혀 위를 보았다.


촉촉한 비에 아침 샤워를 마친 푸른 낙엽군들이 내게 말을 한다.

“야~ 친구야. 넌 행복한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우리처럼 신선한 공기 마시고 햇살에 몸을 맡겨봐.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그냥 지금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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