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밖에 펼쳐진 초록 물감의 향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한 여름에 느끼는 아침 바람은 꽤 시원하다. 등 뒤에 불어오는 바람 한 줌은 초록 물감을 거침없이 흔들어 놓는다. 어느 천재 화가는 누구의 인기척에는 무관심한 채 회색빛 물결 위에 거친 파도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에어컨 실외기는 그들의 소중한 공간이며 집이다. 초록 물감 사이로 융화된 그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즐거워한다. 따스한 햇살은 보이지 않는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무한한 생명. 나의 생명을 충분히 유지시켜 주고 있다.
초록 물감의 향연은 어제 느낀 취기와 같다. 흔들리는 초점 너머로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가슴을 울린 어느 시 한 편이 기억에 머물고 있다.
마음의 평화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추천만 할 뿐이다. 마음을 울리는 시 한 편을 다시 읽어본다.
일요일 오전, 작은 프레임에서 찾아온 저 너머 창 밖은 어느 하나 부럽지 않은 나만의 바다였다.
마음의 평화
이 느낌을 잘 기억해 두고 싶다. 매 번 실수하고 넘어지고 또 실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래도 기억해 두고 싶다. 저 창밖, 기분 좋고 재미있게 춤추는 초록 물감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