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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Feb 21. 2019

술 당기는 월요일

#고맙다. 특별활동

아침부터 열심히 달렸다. 왜 월요일은 항상 바쁜가. 잠시나마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왜 월요일은 술이 당기는가?”


역시 공허한 메아리일 뿐. ‘하던 일이나 빨리 하자.’


점심시간, 뭔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마구 떠오른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 뇌가 휴식을 원한다. 

그러나 해야 한다. 여유롭게 식사하고 차분하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 하나 ‘누구 맘대로!’ ‘먹던 밥이나 빨리 먹자.’


나는 대퇴와 어깨 삼각근을 자주 쓰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작은 상자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계속 본다. 정말 신기한 것은 <10개의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지능이 높은 녀석들이 여럿 쪼그마한 상자 머리를 누르기 바쁘다. 나의 최고 보스는 천만 원짜리 안마의자를 산 어느 후배 녀석을 기억하고 있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빨리 하자.’


잠시도 쉬지 않는 <나의 비서>는 나를 보고 싶어 하나보다. 자꾸 말을 걸고 있다. 심심한가 보다. 

‘카톡’ ‘카톡’ 카톡’

쉬지 않고 불러댄다. 입을 막아야겠다. 잠시 흔들렸다.이네 비서가 보여준 사진을 봤다.

‘맛집 탐방’ 그리고 ‘소주병’ 비서가 내게 전달해 준다.

아이들이 만들어준 아빠랑 소주병


형님 월요일부터 술 한잔 당기네요. 바쁘세요? 

생각 있음 문자 줘요.”


역시 공허한 생각일 뿐. ‘하던 일이나 빨리 하자.’


이내 나의 세포들은 비타민 D가 부족하다고 소리 없이 아우성이다. 그러나 <눈치 빠른 두 녀석>은 퇴근 시간을 잘 알려주는 시계를 보고 나에게 알려줬다. 순간 갈등한다. ‘먹어 말아’


나의 최고 지도자인 뇌가 내게 비서가 보여준 여럿 사진을 생각하며 싸우고 있다. 비서는 흰 바둑알을 아주 적절한 곳에 놓았다. 잠시 생각하는 나의 최고 지도자. 그는 이길 자신이 없다. 급수가 달라서 그럴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학창 시절, 돈을 내고 방과 후 특별활동을 했다. 지금은 돈을 받고 특별활동을 한다. 우리는 특근이라고 부른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누구는 하고 싶어서 못한다. 즐겁게 특별활동을 하는데 돈까지 받다니. 정말 이 얼마나 좋은가.


술이 당기는 이유는 바로 이 녀석들 때문이다. <10개의 손가락>, <나의 비서>, <눈치 빠른 두 녀석>

그래도 이 녀석들이 있어서 특별활동도 할 수 있다. 감사해야 한다. 이것도 못하는 날에는 <술 당기는 녀석들>이 엄청 보고 싶을 것이다.


술 당기는 날이지만 참았다. 아니 먹을 수가 없었다. 감사하다. 특별활동


201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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