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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Feb 21. 2019

고민과 생각 사이

#그때도 했는데 이번에도 할 수 있겠지?

'지금 몇 시지? 벌써, 아침인가?'


새벽 4시다. 잠이 깼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머리는 깨어있다. 순간 고민한다. '계속 잘까? 말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강의 준비를 어떻게 하지?’

‘시간은 얼마나 필요하지?’

‘미리 공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뭐부터 할까?’’


이내 선택해야 하는 나를 보게 된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거실 한 모퉁이에 앉아서 책을 찾아본다.

잠시 보고 있으니 머릿속이 정리된 기분이다.


나만의 <강의 레시피>가 필요하다. 재료는 널려있다.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빵이 필요하다. 위판 아래 판. 기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양상추, 치즈, 토마토 등 각종 재료가 있어야 한다. 그중 없어서 안될 것은 햄버거 패티다. 이것 없이는 가히 햄버거라 말할 수 없다. 육즙이 중요하다. 즉, 핵심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이 될 소스를 입혀주면 끝이다. 이렇게 탄생한 하나의 햄버거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면 되는 것이다. 맛있으면 더욱 좋다.


<기본과 핵심> 이것이 강의 레시피가 갖춰야 할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어느 정도 정신적 뼈대는 갖춰졌다. 다음 고민은 이렇다.


어떻게 재료들을  조합하고, 맛난 햄버거를 만드는가?


강의 주제는 <선량 측정>이다. 광범위하다. 재료는 개론부터 시작하여 원리, 전리함, 교정 절차서, 장비와 환자 정도 관리 등 다양하다. 요리책에 나와있는 레시피처럼 순서에 따라 하면 될 것이다. 특별한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나는 즐거움을 찾고 싶다. 이것은 강의를 준비하고 배우고 알아가는 재미다. 사실 제일 큰 고민은 있다. 이 재료들을 완벽히 다 모른다는 점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파면 팔수록 더욱더 알아야 한다.


"고민이다."




<고민과 생각차이는 뭘까?>

고민(苦悶)은 사전적 의미로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이다. ‘괴로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그럼 생각은 무엇인가? 사전에는 총 8가지로 정의되어 있다.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걸 묶어봤다.


‘사물 혹은 사리를 헤아리고 판단 또는 분별하는 것.’


고민은 괴로운 생각 그 자체다. 화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뇌에 휴식을 공급해 줘야 한다. 생각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결론은 뻔하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고민하지 말고 생각하라.’


지난해, 대학교에서 <의료 인공지능>에 관한 강의를 했다. 이 주제는 재료 자체가 어렵고 다양했다. 준비하기 너무 어려웠다. 며칠간 엄청 고민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답을 찾아가는 나를 발견한다. 강의 레시피는 보통 내가 좋아하는 서론, 본론, 결론의 3 단계 형식으로 한다. 이것은 인지하기도 쉽고, 알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3 가지 이상 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뭐 어찌 되었든 강의는 순조롭게 끝났다. 다만 강의 준비를 너무 많이 했다. 시간이 부족한 아쉬움과 강의를 끝낸 만족감이 공존했다. 새롭게 또 배운 기회였다. 그때도 했는데 이번에도   있겠지?’

새벽에 거실 바닥에서 책만 펴놓고 고민 중

누구나 그럴 것이다. 고민에서 끝나면 스트레스만 남게 된다. 이를 용기 있게 극복하고 헤쳐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스스로 가지고 있던 문제가 해결된다. 두려움이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고민이 아니라 생각해야 한다. 정답은 이미 스스로 알고 있을지 모른다.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고민과 생각 사이>에서 늘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왜 떨리지가 않지?'


내 몸이 이미 작은 경험들로 채워져 기억하고 있나? 나이를 먹고 경험이 생길수록 더욱더 그런 것 같다. 이게 연륜인가? 잘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주어진 기회에서는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있다. 대충 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번 <강의 레시피>도 철저히 준비하자. 고민하지 말고 생각하자. 그래야 한다.


-고민하다 새벽에 잠이 깬 나는 생각한다.


2019-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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