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파, 우울파, 고민파, 회피파
무더운 더위와 무서운 비바람에 맞서 싸우며 매일 병원이라는 곳에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반대로 에어컨이 빵빵하여 더위 따위는 모를 수도 있고, 하루 종일 건물 안에 있어서 비 맞을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찌 되었든 8주라는 대장정에 중간 지점을 돌고 있습니다.
모든 걸 다 아는 듯할 겁니다. 병원이라는 문턱을 넘었을 때 심정과 지금은 어떤지요? 어떤 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또 어떤 이는 자존감이 무너지는 처절한 자신을 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존재합니다. 그건 바로 <변화>입니다.
중간지점을 통과하는 현재, 몸은 어디에 선가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의 근육이 뻐근할 겁니다. 당연 몸에서 반응하는 부작용입니다. 학교에서는 책상머리 앞에 책을 펴고 공부를 하는 게 다반사지만 오늘 하루 어떤가요? 힘들죠? 맞습니다. 힘듭니다. 그럼 임상 선생님들은 어떤가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병원에 적응된 몸이 된 것뿐입니다.
지금 마음은 어떤가요? 질문이 너무 광범위한 것 같습니다. 정정합니다. 초심에 비해 어떤가요? 이제, 여기서 바로 옆 학우들과 차이가 좀 느껴지십니까? 도긴개긴인가요? 그냥 제가 나눠보면 이럴 겁니다. 자신감에 충만하여 더욱 학업과 임상에 매진하는 공부파, 모르는 것도 많은데 더 몰라서 자존감은 바닥이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생기는 것 같은 우울파, 뭐 국가고시 합격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형 종합병원에 취직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고민파, 마지막으로 내가 모르면 모르지 뭐 어차피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아니면 그냥 뭐... 몰라! 무관심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회피파. 네 가지 이외 다양한 심정을 토로하는 학우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 하겠습니다.
몸과 마음을 정리할 때입니다. 이제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별해 봅시다. 몸이 힘든 건 공통점입니다. 차이점은 제 개인 취향으로 총 네 가지(공부파, 우울파, 고민파, 회피파)로 나눴습니다. 자~ 생각해 봅시다. 자신은 어느 조직에 해당될까요? 공부파, 우울파, 고민파, 회피파, 아니면 기타 등등?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렇습니다. 공통점은 회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공부파는 현재, 습득하고 있는 임상 자료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메모한 부분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우울파는 우선,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공부파도 마찬가지지만 학생이 모든 걸 다 알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교수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하여 긍정 에너지로 전환하는 건 옮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임상 선생님으로부터 너무 혼나서 혹은 레포트(과제) 작성에 정신없어 스스로 자존감을 상실하는 것은 무조건 미련한 겁니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알아가야 할 숙제들을 확인하여,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고민파는 특별한 답이 없습니다. 계속 고민만 하게 되니깐요. 해결되는 시점은 아마, 자신이 만족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합격 통보를 받게 되는 날이겠죠? 하지만 취준생에서 직장인으로 신분 변화를 했다고 다 끝난 게 아닙니다. 연애, 결혼, 맛집 탐방, 다이어트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고민은 고민으로 끝납니다. 지금, 직장에 대한 고민보다는 새로운 계획을 작성하거나, 기존에 생각해둔 계획을 정리하고, 변경 혹은 수정하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은 회피파네요. 무관심은 할 말이 없습니다. 스킵(skip)하겠습니다. 자신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제가 말할 자격이 못 됩니다. 부디 잘 살기를...
임상실습 중간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라면 분명, 누군가가 잃게 되겠죠. 독자라는 고품격 단어로 바꾸겠습니다. 독자는 현재 몸과 마음은 초심이 아닙니다. 어찌 되었든 <변화>가 없는 것보다, 있다는 것만으로 좋습니다. 지금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뛸까 말까 망설이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교수님들은 실습 나간 자식들을 학생이라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미 울타리를 벗어났습니다. 그러니 <변화>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금 현재, 변화의 정도는 작거나 클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불필요합니다. 차후에 평가하기 때문이죠. 실습 마지막 날, 스스로 평가를 하게 될 겁니다. 물론 행정적인 평가도 있겠지만, 자신을 평가하게 될 겁니다. 부족함, 회의감, 자신감 등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가 작성한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안 들지 모르겠습니다. 이왕 가능하다면 보고서 점수를 잘 주셨으면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막 쓴 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신 고품격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실습 마지막 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며 스스로 대견함을 평가받길 빕니다.
<메인 사진 : 순천향부천병원 토모치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