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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22. 2019

임상실습 중간보고서

공부파, 우울파, 고민파, 회피파

무더운 더위와 무서운 비바람에 맞서 싸우며 매일 병원이라는 곳에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반대로 에어컨이 빵빵하여 더위 따위는 모를 수도 있고, 하루 종일 건물 안에 있어서 비 맞을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찌 되었든 8주라는 대장정에 중간 지점을 돌고 있습니다.


모든 걸 다 아는 듯할 겁니다. 병원이라는 문턱을 넘었을 때 심정과 지금은 어떤지요? 어떤 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또 어떤 이는 자존감이 무너지는 처절한 자신을 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존재합니다. 그건 바로 <변화>입니다. 


중간지점을 통과하는 현재, 몸은 어디에 선가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의 근육이 뻐근할 겁니다. 당연 몸에서 반응하는 부작용입니다. 학교에서는 책상머리 앞에 책을 펴고 공부를 하는 게 다반사지만 오늘 하루 어떤가요? 힘들죠? 맞습니다. 힘듭니다. 그럼 임상 선생님들은 어떤가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병원에 적응된 몸이 된 것뿐입니다.


지금 마음은 어떤가요? 질문이 너무 광범위한 것 같습니다. 정정합니다. 초심에 비해 어떤가요? 이제, 여기서 바로 옆 학우들과 차이가 좀 느껴지십니까? 도긴개긴인가요? 그냥 제가 나눠보면 이럴 겁니다. 자신감에 충만하여 더욱 학업과 임상에 매진하는 공부파, 모르는 것도 많은데 더 몰라서 자존감은 바닥이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생기는 것 같은 우울파, 뭐 국가고시 합격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형 종합병원에 취직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고민파, 마지막으로 내가 모르면 모르지 뭐 어차피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아니면 그냥 뭐... 몰라! 무관심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회피파. 네 가지 이외 다양한 심정을 토로하는 학우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 하겠습니다.


몸과 마음을 정리할 때입니다. 이제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별해 봅시다. 몸이 힘든 건 공통점입니다. 차이점은 제 개인 취향으로 총 네 가지(공부파, 우울파, 고민파, 회피파)로 나눴습니다. 자~ 생각해 봅시다. 자신은 어느 조직에 해당될까요? 공부파, 우울파, 고민파, 회피파, 아니면 기타 등등?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렇습니다. 공통점은 회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공부파는 현재, 습득하고 있는 임상 자료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메모한 부분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우울파는 우선,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공부파도 마찬가지지만 학생이 모든 걸 다 알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교수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하여 긍정 에너지로 전환하는 건 옮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임상 선생님으로부터 너무 혼나서 혹은 레포트(과제) 작성에 정신없어 스스로 자존감을 상실하는 것은 무조건 미련한 겁니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알아가야 할 숙제들을 확인하여,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고민파는 특별한 답이 없습니다. 계속 고민만 하게 되니깐요. 해결되는 시점은 아마, 자신이 만족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합격 통보를 받게 되는 날이겠죠? 하지만 취준생에서 직장인으로 신분 변화를 했다고 다 끝난 게 아닙니다. 연애, 결혼, 맛집 탐방, 다이어트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고민은 고민으로 끝납니다. 지금, 직장에 대한 고민보다는 새로운 계획을 작성하거나, 기존에 생각해둔 계획을 정리하고, 변경 혹은 수정하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은 회피파네요. 무관심은 할 말이 없습니다.  스킵(skip)하겠습니다. 자신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제가 말할 자격이 못 됩니다. 부디 잘 살기를...


임상실습 중간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라면 분명, 누군가가 잃게 되겠죠. 독자라는 고품격 단어로 바꾸겠습니다. 독자는 현재 몸과 마음은 초심이 아닙니다. 어찌 되었든 <변화>가 없는 것보다, 있다는 것만으로 좋습니다. 지금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뛸까 말까 망설이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교수님들은 실습 나간 자식들을 학생이라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미 울타리를 벗어났습니다. 그러니 <변화>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금 현재, 변화의 정도는 작거나 클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불필요합니다. 차후에 평가하기 때문이죠. 실습 마지막 날, 스스로 평가를 하게 될 겁니다. 물론 행정적인 평가도 있겠지만, 자신을 평가하게 될 겁니다. 부족함, 회의감, 자신감 등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가 작성한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안 들지 모르겠습니다. 이왕 가능하다면 보고서 점수를 잘 주셨으면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막 쓴 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신 고품격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실습 마지막 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며 스스로 대견함을 평가받길 빕니다.



<메인 사진 : 순천향부천병원 토모치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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