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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Aug 18. 2019

탈출

노조 여름 나기

아침부터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만나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는 1시간 정도 거리를 달려 거대한 물놀이장에 도착했다. 아주 웅장하고 특별한 곳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저 담장 너머 파도소리와 함께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꿀맛 같은 하루를 보냈다. 여름의 끝물을 즐겼다. 그야말로 오늘은 꿀물처럼 달콤했다. 경쾌한 음악과 사람들의 탄성은 직장에 쌓인 묵은 때를 벗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빠른 비트의 리듬과 웅장하고 장엄한 클럽 음악이 들린다. 여름 콘서트가 따로 없었다. 젊은 비키니 여인들은 춤을 추며 엉덩이를 흔들고 근육질 남성들은 8미터 높이 깊은 푸른빛을 향해 다이빙을 한다. 한여름 무더위는 찾기 힘들었다.


아이들은 영롱하고 푸른빛으로 물들인 에메랄드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엄마 아빠는 독수리의 눈으로 아이들의 꽁무니를 좇는다. 행여나 잘못될 세라 노심초사하며 지켜본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역시 아이들은 달랐다. 내가 던진 미끼도 물지 않고 물 만난 삼치처럼 거칠고 신나게 헤엄쳤다. 그들의 체력은 무쇠처럼 단단했고 우주처럼 무한했다. 부럽다. 헬스장에서 억지 체력을 길러야 하는 우리와는 DNA 자체가 다른 종족 같았다. 하나 같이 모든 아이들이 그랬다. 정말 부럽다.

“우리 어디 갈까?”

“저기 가자~”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함께 손잡고 한 몸이 된 아이들을 보니 마냥 부럽다. 오랜만에 만나서 설레고 함께 놀아서 즐거운 모습이다. 꽁무니를 좇아 다닌 나 또한 행복해졌다. 하지만 체력이 고갈되는 부작용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은 체력 좋았고, 안드로메다 은하 어느 행성에 살고 있는 행복 종족과 같았다. 우리도 저렇게 만나기만 하면 행복하고 함께 놀면 즐거우면 얼마나 좋을까. 마냥 부러웠다. 누구 하나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웃으며 다시 외쳤다.

“우리 어디 갈까?”

“저기 가자~”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잔소리와 학교 학원에서 쌓인 묵은 때를 털어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인공 파도는 우리를 쉼 없이 움직이게 했다. 아이들은 겁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작은 아이들은 얕은 물가에서 놀았다. 나는 아이들처럼 앞으로 갔지만 금방 포기했다. 사람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을 찾아 사람들을 헤쳐갔다. 살기 위해 어깨를 휘젓고 오리발을 세차게 흔들어댔다. 아이고~ 작은 외마디 던지며 나와 타협했다. ‘이러다가 오십견이 빨리 올지도 몰라. 그냥 둥둥 떠다니자.’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우리는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피곤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서로에게 인사하며 마무리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집, 직장, 학교, 학원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잠시나마 찌든 때가 벗겨진 듯하다. 여유로운 공간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만끽했다. 몸은 아직도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운 이유는 뭘까? 아마도 직장에서 탈출한 어른들과 잔소리에서 탈출한 아이들의 하모니 때문아닌가 싶다.

조합원과 함께 여름 나기를 준비해 주신
노조 위원장님과 사무국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역시 함께 모여서 함께 즐기는 여유는 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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