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동기와 감정

by 정종해




나비가 가벼운 날갯짓을 하며 부드럽게 날아오릅니다.

가벼운 바람을 타고 공중을 배회하다가 어여쁜 꽃을 찾아갑니다.


나비가 날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나는 것을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닭이 하늘을 날아다니다 어느 날 날기를 포기한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그림을 그려서 뭣해’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순간

이 세상에 화가라는 존재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림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동기가 생길 때 우리의 정신은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예술가들은 사람들과 그들의 사랑이 동기가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동기가 됩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해’하다가도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그 하루만은 직장을 다니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늘 쳇바퀴같은 삶에 지쳐있어도 누군가의 조언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준비할 때 다시 생기가 돕니다.


일에 지쳐 무거운 몸이지만 힘을 내어 집을 향합니다.

‘아빠~’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음성이 피로제가 됩니다.











일찍 일어나서 뭐해. 늘 똑같은 일상인데...

청소해서 뭐해. 또 더럽혀질 것을...

사람을 만나서 뭐해. 쓸데없는 수다만 늘어 놓을텐데...

멀리 떠나면 뭐해. 다시 돌아올 것을...


‘...해서 뭐해?’하는 작은 생각들이

결국 ‘이렇게 살아서 뭐해?’하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어느날 유쾌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러나 기분 좋은 얼굴과 밝은 음성과 용기 가득한 태도가 얄밉습니다.

‘왜 너만 그렇게 행복하니?

굳이 내 앞에서 행복에 젖어있어야겠니?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니?’

질투 반 스푼과 꼴불견 반 스푼을 넣은 카페라떼를 들이키며 재수없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일이 더는 의미 없는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것을 기대할수록 큰 실망을 안겨줍니다.

오늘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거야 하는 마음이 들면 오래 공들여 완성한 그림을 한순간에 지워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뭐하는 거지? 이렇게 만족하지 못하는 그림들을 그려서 뭐해? 하며 바라보는 흰 캔버스가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자! 놀아볼까?’ 하면 의도치 않게 완성된 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무의미한 것을 의미있게 하는 데는 동기가 필요하고, 그 동기를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성과에 대한 감정은 달라집니다.










다행스럽게 나비는 왜 날고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날개를 파닥일 뿐입니다.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아올라 세상구경도 하고,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사람의 곁을 스쳐가다가 자신을 기다리는 어여쁜 꽃 하나를 만납니다.

뭔가 특별한 것을 위해 날지 않습니다.

그저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이왕이면 가볍게, 우아하게, 밝게 날갯짓을 합니다.


그런 나는 나비에게 말합니다.

“너무 예쁘게 살고 있구나”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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