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20190508

by 정종해

작년의 어머니, 올 초의 어머니, 그리고 어버이날에 뵌 어머니는 달랐다.

주름이 더 느셨고, 등이 좀 더 휘셨고, 걸음이 달라지셨다.

“왜 이런지 모르겠네? 매일매일 더 늙어가는 것 같아!”

“사람은 원래 늙잖아! 나도 늙고 있는 걸?”

그래서 나는 어머니 얼굴을 어루만졌다.

주름아 펴져라! 펴져라!

어머니의 등을 쓰다듬었다.

허리야 펴져라! 펴져라!







외출복이 없다고 해서 예쁜 옷들을 이것저것 잔득 사왔다.

예쁜 옷들인데,.. 어머니의 몸은 바뀌었고, 얼굴도 바뀌었다.

나조차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동안 예쁜 옷도, 맛있는 것도, 용돈도 두둑하게 드리지 못했는데... 이제 좀 살만해지니까 어머니가 너무 늙어버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예쁜 옷을 보고, 그리고 어버이날이라고 사온 카네이션을 보며 어린 소녀처럼 미소지었다.

“마당에 꽃 심었는데 봤나?”

기억력도 둔해지고, 몸도 둔해지셨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꽃이 예쁜 소녀였다.







5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의 사진은 늘 방 한쪽 작은 상위에 놓여져 있었다.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늘 아버지 곁에 먼저 놓아두곤 했다.

그리고 카네이션을 아버지의 사진 앞에 놓아두셨다.

그 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머니의 속삭임이 느껴졌다.

‘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사왔네요!’







“또 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라!”

걷는 내내 어머니가 떠올랐다.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지니까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가 떠올랐는데 어머니가 너무 늙어버렸다.

자주 찾아뵙자고 마음 삼키며 눈을 감았다.

서울행 기차는 서서히 출발했다.








2019. 5. 9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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