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g Bird / digital>
지혜를 구하고자 한 남자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숲의 입구에는 유혹과 쾌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데려가면 기쁨을 주겠다고 했다.
대신 남자가 가진 순진함을 나누어 먹자고 했다.
남자는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질투와 욕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데려가면 포만감을 주겠다고 했다.
대신 남자가 가진 사랑을 나누어 먹자고 했다.
남자는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거짓과 배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데려가면 성취감을 주겠다고 했다.
대신 남자가 가진 믿음을 나누어 먹자고 했다.
남자는 또한 그러기로 했다.
얼마나 동행했을까?
남자를 따른던 그 모든 존재들은
어느새 남자를 이끌고 있었다.
그들은 깊고도 깊은, 어둡고도 어두운 숲으로 데리고 갔다.
빛이 차단된 어두운 숲에서 남자는 길을 잃었다.
더이상 순진함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유혹과 쾌락은 남자 곁을 떠났다.
더이상 사랑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질투와 욕심도 그의 곁을 떠났다.
더이상 믿음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거짓은 배신을 따라 그의 곁을 떠났다.
온통 어둠뿐인 남자에게 남은 거라곤
슬픔과 허기짐과 두려움뿐이었다.
그리고 살아낼 힘을 잃은 남자는
눈을 감으며 지혜의 결말은 죽음이라고
결론짓기로 했다.
잠을 자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모르게
눈을 감고 있던 남자에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숲을 헤매던 내내 들려왔던 새들의 노랫소리였다.
왜 그동안 이 아름다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였던가?
얼마나 지혜로운 자연의 메세지인가?
남자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을 깼다.
가지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왔다.
어둠이 걷히고 푸른 숲이 열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2020. 6. 9
-jeongjon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