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의 시작 / digital>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바라보는 타인이,
타인이 바라보는 무엇이,
그 무엇이 경험한 일들이,
지금으로부터 얼마전의,
기억들이 바라보는...
이야기...
그래서 아무도 알 수 없는
당신만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1.철길 건널목에 서 있는 한 남자>
지금 철길 건널목에 한 남자가 서 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
그는 무엇을 그렇게 오래토록 바라보는 것일까?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누구일까?
철도공무원이라면 너무 심심하게 시작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식상하다.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없을까?
그의 사랑하는 누군가가 이곳에서 자살을 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아버지, 어머니, 존경하던 누군가, 이성...
아니 좀 더 특별한 사연은 없을까?
좀 더 가까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선택장애인은 절대 이야기를 만들 수 없으리라.
사랑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랑한 그 사람은 왜 자살을 했을까?
수많은 자살방법 중에 왜 하필 철길을 선택했을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0. 6. 4
-jeongjong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