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고통

by 목하

파도가 드나드는 모래사장. 그 모래펄에 파묻혔을 과거의 발자국들. 그 발자국들의 무게는 우리의 발자국 무게와 닮아 있을까? 그 발자국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모래사장에 머물러 있었을까?


반짝거리는 빛들이 맺혀 이루어진 모래사장에, 과거보다 가벼운 발자국들이 지나간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였는지 나는 가늠할 수 없다.


그 자리에 남아 있던 피와 살들. 그 피와 살들이 스스로의 발이 아니라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다로 향했겠지. 지체 없이 찾아 든 파도와 함께 그들은 심해에 가라앉았겠지.


이미 목소리를 잃은 그 존재들을 위해,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중요한 건 피가 멈추지 않게 하는 거야.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앉으면 안 된대. 계속 피가 흐르고 내가 통증을 느껴야 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그들과 작별하지 않고. 그들이 이 생에서 외치지 못한 억울함을 함께 안고 살아가고. 그들이 살았음을 기억하는 것이 최선인 걸까? 얼마나 아파해야 그들의 억울함과 맞먹을 수 있을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염치가 밀려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을 하고 글을 쓰며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쓸쓸한 결단을 내린다.


여전히 양지바른 삶들의 뒤안길에서 억울하게 삶을 빼앗기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이 있는 사각지대에 걸어 들어가, 그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줄 수 있다면, 그 염치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까?


얼마나 많은 억울함들이 소리없이 묻혔을까. 얼마나 많은 억울함들이 소리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