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제 마라톤 대회
오늘 울산에서 태화강 국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나에게는 풀코스 완주라는 올해 목표에 도전하는 날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다가 몸살이 났고, 이번 주 내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계획했던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대회 날을 맞이했다. 다행히 어제부터는 몸이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었고, 가볍게 6km를 뛰며 몸을 풀었다. 하지만 불안감 때문인지 밤새 잠을 설쳤다.
컨디션 난조로 불어난 체중, 굳은 몸, 부족한 수면. 오늘 대회에 참가하기엔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완주만 하자.'
'누구보다 자신과의 싸움에는 자신 있잖아.'
달리다가 힘들어질 때는 이 두 가지만 떠올리며 뛰겠다고 다짐했다.
출발선에 모여든 러너들 사이에서 긴장된 마음을 다잡고 있던 그때, 진행자의 외침과 함께 마라톤이 시작됐다. 초반부터 몸이 무겁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평소보다 한층 더딘 움직임, 막막한 심정. 하지만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몸이 부서지더라도 끝까지 달려보겠다는 다짐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10km까지만 걷지 말고 뛰자.'
'20km까지만...'
'30km까지만...'
최대한 걷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거리를 잘게 나누며 계속 뛰었다.
'호흡 괜찮아, 다리 아프진 않아. 그럼 뛰자.'
이 말을 되뇌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흡은 점차 안정되었지만,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그러나 그 묵직함을 견뎌내겠다는 의지와 뛰고 앓아눕겠다는 각오로 꿋꿋이 달렸다.
어느새 30km를 넘겼고, 걷고 싶은 유혹이 점점 커졌다. '36km 반환점까지만 뛰자'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주위에서는 점점 멈추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달렸다. 반환점을 돌며 시간을 확인하니, 완주는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6km는 걷기로 했다. 걸으니 온몸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특히 허리가 아팠다. 다시 뛰려고 해도 쉽지 않았지만, 걸어서라도 결승선까지 가겠다는 마음으로 팔을 힘차게 흔들며 나아갔다.
마지막 500m, 멀리서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몸도 회복된 듯했고, 남은 힘을 끌어모아 전속력으로 결승선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대회 전의 걱정과 부담감이 말끔히 사라졌다.
결승선 앞에서 친구가 물병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축하를 받으며 물 한 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온몸이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마라톤에 대한 다양한 영상과 러너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들의 도전과 성장을 보며 나도 해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나이 지긋하신 러너들이 꾸준히 완주하는 모습을 보며,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도 더욱 선명해졌다. 또 자신의 기록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러너들을 보며, 인내와 성장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깨달았다.
대회 중에는 많은 러너들이 나를 앞질렀고, 순간순간 심적 부담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는 데 집중했고, 결국 내 페이스대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완주가 올해 목표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Sub4(네 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 달성. 이를 위해 체중 감량과 근력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시간 달리기에서 호흡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버티는 근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마라톤을 통해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주고,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삶에서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다.
내일까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 주부터는 다시 Sub4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볼 것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나지만, 체중 감량과 근력 강화를 통해 더욱 러너다운 체형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